조선인 유골 섞인 토사, 일본 미군기지 공사에 사용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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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희생된 조선인 유골이 섞인 토사가 일본 오키나와현 미군 기지 공사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해 수습 운동을 벌여 온 일본 시민단체는 한국·미국 유족과 힘을 모아 공사 중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7일 유해를 수습해 유족에게 돌려주는 운동을 하는 현지 시민단체 ‘가마후야’ 등에 따르면, 오키나와 본섬 남부에 있는 미군 후텐마 비행장을 같은 섬 중부 헤노코 연안으로 옮기는 사업이 진행 중인데 일본 정부가 공사 계획을 일부 변경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오키나와 새 비행장 건설에
2차 대전 때 조선인 등 20만 명
희생된 곳 파쇄 암석 사용 예정
“유해 수습 미흡한데 안 될 일”
시민단체 반발 ‘공사 중단’ 촉구

일본 방위성은 오키나와의 미군 해병대 기지인 캠프 슈와브 앞바다를 매립해 후텐마 기지를 대체할 새 비행장을 만들고 있는데 연약한 지반을 개량하기 위해 매립재 종류 등을 바꾸겠다며 지난해 4월 21일 오키나와현에 공사 계획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계획서에는 2차 대전 말기에 벌어진 오키나와 전투 현장인 오키나와 본섬 남부 이토만시와 야에세초에서 파쇄된 암석 3160만㎥를 채취하는 방안이 기재돼 있다. 이는 오키나와현 내부에서 조달할 파쇄석(4476만㎥)의 약 70% 해당한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전쟁 희생자 유해가 다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오키나와에서는 1945년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격렬한 지상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주민, 일본군, 미군 등 약 2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희생자 중에는 한반도에서 동원된 조선인도 포함된다. 희생자 유해 발굴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변경된 공사 계획이 승인되면 유골이 섞인 토사가 매립용으로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올해 3월 단식 투쟁까지 하며 반대에 나선 구시켄 다카마쓰 가마후야 대표는 유족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유해가 토사와 섞여 바다에 매립돼 버리면 찾을 길이 영영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구시켄 대표는 방위성이 토사 등을 채취할 후보지로 지목한 오키나와현 이토만시와 야에세초에는 “수많은 사람의 피와 살과 뼈가 스며들어 있다”며 “평화를 염원하고 전쟁 희생자의 명복을 빌어야 할 곳에서 파낸 흙과 돌을 사용해 군사용 기지를 짓는 것은 인도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가마후야는 한국 단체인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를 통해 오키나와 유골 발굴 및 DNA 감정에 참여할 한국인 유족을 모집하고 이들과 힘을 합해 일본 정부에 매립 계획 취소를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오키모토 후키코 오키나와대 지역연구소 특별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오키나와 전투에 조선인 3461명이 군인이나 군속(군무원에 해당)으로 동원됐고 이 가운데 70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무 동원 인력이나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이들이 제외된 숫자인 만큼 실제로 동원되거나 사망한 조선인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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