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 정리사 이야기 담담하게 전하려 노력… 사회적 약자·고독사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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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김성호 감독

“이번 작품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죽음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봤어요.”

김성호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를 이렇게 돌아봤다. 이 작품에서 김 감독은 유품 정리사의 시선으로 산업재해와 고독사 등 사회 문제를 찬찬히 비춘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삶과 죽음을 많이 생각했다”고 밝혔다.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
“우리가 지나쳤던 사람들 안아 줄 수 있길”

이 작품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 정리사 그루와 그의 후견인 상구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돕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품 정리’란 소재에 산업재해와 독거노인, 사회적 약자 대상 갑질, 해외 입양 등 사회 이슈를 버무렸다.

작품의 시작은 김새별 작가의 에세이집 이었다. 김 감독은 유품 정리사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했다. 감정을 최대한 빼고 담백한 시선을 더하려고 노력했단다. 김 감독은 “사실을 적은 에세이에선 감정 기복이 강하게 느껴졌다”며 “드라마로 만들면서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이 중에서도 사회적 약자와 고독사 문제에 집중했다. 그는 “고독사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가족도 친구도 없이 돌아가시는 분들 이야기를 접하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관련 자료나 뉴스를 많이 찾아봤어요. 쪽방촌, 고시원 등에서 벌어진 일들을 찾아 자료를 모았어요.”

김 감독은 이 문제들을 단순히 영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길 바랐단다. 자극적인 요소가 붙어 신파로 가는 것도 경계했다고. 그는 “담담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려고 했다. 주변을 좀 더 돌아보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며 “각종 사회 문제가 등장하지만, 이걸 특정인의 책임이라고 지적하는 건 원치 않았다. 사회 문제,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돌릴 순 없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메시지가 잘 전달된 건 주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이제훈과 탕준상의 공이 크다고 했다. 이제훈은 극 중 전직 복서이자 그루의 후견을 맡는 ‘상구’를 연기했고, 탕준상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 정리사 그루를 맡았다. 김 감독은 “이제훈 씨는 상구의 머리 스타일, 의상 등을 직접 준비하는 등 상구의 위치를 잘 잡아줬다”며 “탕준상 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겪는 그루의 큰 틀 안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유지하려고 하더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을 한 뒤 삶의 의미와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진지하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감독은 “유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죽음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걸 느꼈다”며 “평소에 어떻게 살아야 하고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봤다”고 털어놨다.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따뜻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건넸으면 좋겠어요. ‘무브 투 헤븐’이 우리가 지나쳤던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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