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과 플랫폼’ 구축해야 세계 시장 선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치과 치료 현재와 미래

디지털 치과 플랫폼이 구축되면 우리의 우수한 시술 프로그램과 진단장비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더제니스치과 정동수 원장이 진료하는 모습. 아래 작은 사진은 네오바이오텍의 투명 교정장치. 더제니스치과의원 제공

입안은 세균이 살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온도와 습도 그리고 지속적인 영양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입안에는 750여 종의 세균이 서식하고 있는데 타액 1mL에는 약 1억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 구강 내 세균은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 폐렴, 알츠하이머병 등 전신질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과 영역에서만 보면 치아우식증(충치), 치주질환(풍치), 부정교합을 3대 치과질환으로 꼽는다.

이중 치주질환은 심평원이 발표한 ‘외래진료 다빈도 질병 환자수’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급성기관지염(감기)이 부동의 1위였는데 2019년에 순위가 바뀌어 치주질환이 가장 외래 진료를 많이 받는 질환으로 뛰어올랐다. 구강 건강의 중요성을 방증하는 지표라고 하겠다.

6월 9일은 ‘구강 보건의 날’이다. 더제니스치과 정동수 원장의 도움말로 치과 치료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 본다.


CT·3차원 구강 스캐너·밀링기 등
네트워크 통해 한 시스템으로 통합
보철물·임상 소프트웨어 등 전 영역
4차 산업혁명·기술 혁신 바람 불어
정부 재정 지원 등 제도 개선도 필요

■높아진 한국 치과 위상

1961년 티타늄을 사용한 치과용 임플란트가 노벨 바이오케어사에 의해 개발된 이래 2021년 치과용 임플란트 시장은 약 6조 규모로 커졌다. 그중 국산 임플란트가 세계 시장의 약 10%를 점유하고 있다. 오스템, 네오바이오텍, 덴티움, 부산의 디오 등의 국내 임플란트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중이다. 치과의사의 90%가 임플란트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임플란트 강국 반열에 올라 있다.

허영구 대표가 이끄는 네오바이오텍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상악동 거상수술 키트가 지난 2012년 하버드대에 소개되면서 한국 치과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이 회사는 ‘바로가이드’라는 원데이 임플란트 수술 가이드를 개발 출시했으며, 올해 인공기능 기반의 투명 교정장치를 선보일 예정이다.

치과 디지털 장비업체 ㈜DDS는 구강 스캐너, 소프트웨어, 밀링기를 국내 기술로 개발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치과장비를 치과용 CT와 융합해 새로운 치과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글로벌 디지털 치과 플랫폼 구축

치과에도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어 닥쳤다. 치아 진단장비, 보철물 제작, 임상 소프트웨어 개발 등 치과 전영역에서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치아 진단 영역에서는 구강 스캐너와 치과용 CT가 핵심 장비다. 과거에는 방사선 사진을 찍은 후에 고무 인상재로 본을 떠서 치아를 만들었다. 지금은 구강 스캐너와 CT 등을 활용해서 3차원 영상정보를 얻는다. 현재도 네비게이션 임플란트 시술 등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보철물 제작 영역은 3D 프린터와 밀링기가 도입되면서 임시치아, 틀니, 보철물의 제작이 빠르고 정밀해졌다. 기존에는 수차례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일주일 이상 제작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1시간 내에 완료하는 시대가 왔다.

임플란트 수술 가이드(유도장치)를 사용하면서 시술과정에서 의료사고가 크게 줄었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마우스피스 모양의 환자 맞춤형 임플란트 가이드로 인해 시술의 안정성과 정확성이 높아졌다.

다음으로 임상 소프트웨어의 디지털화이다. 치과의사와 기공사들이 CAD 시스템을 이용해 보철물 디자인과 밀정 과정을 거쳐 양질의 보철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CAD 프로그램은 보철물 제작부터 교정 임플란트까지 그 적용범위가 날로 넓어지는 추세다.

이들 3가지 영역을 한가지 시스템으로 통합하자는 것이 ‘디지털 치과 플랫폼’이다. CT와 진단 프로그램, 3차원 구강 스캐너와 밀링기, 3D 프린터를 모두 통합한 치과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카메라가 내장된 핸드피스와 치과체어 등 모든 치과 장비가 포함된다.

더제니스치과 정동수 원장은 “미국 하버드치대 박사후 과정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구상해 온 것이 디지털 치과 플랫폼이다. 모든 치과 장비를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축하자는 것인데 세계 최초로 제안되는 개념이다. 이 플랫폼이 제대로 구축되면 우리나라가 세계 치과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과 치료의 미래, 1시간 내 보철수술

디지털 치과 플랫폼이 구축되면 한국이 세계 치과 치료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의 우수한 치과기술을 전세계로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 있는 치과에서 한국의 치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준 높은 치료를 동일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중국 현지에 있는 치과 의사가 구강스캐너와 CT로 치아 정보를 찍어보내면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시술계획을 수립해주고 수술보조장치까지 디자인해서 보내주는 시스템이 가능하다. 장비 뿐만아니라 시술 프로그램까지 수출해서 국내 기술로 중국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여기에는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 지능 프로그램과 3D 구강 스캐너, CT 등의 첨단 진단 장비가 활용된다. 이에 따라 치아와 연조직, 치조골에 대한 정확한 진단정보를 얻고 임플란트, 교정, 양악 수술, 치주질환 치료계획을 정밀하고 안전하게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진료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 딥러닝을 통해 AI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고 개인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환자 개인 데이터는 안전하게 보호된다.

향후 디지털 치과 플랫폼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자동 진단 시스템과 로봇 시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일주일 이상 소요되었던 치과 보철 시술이 한 시간 안에 완성될 수 있다. 몇 개월에 걸쳐서 진행되던 치과 임플란트 시술도 케이스에 따라 하루만에도 완성될 수 있다.

정동수 원장은 “치과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우수한 인력과 설비가 필요하므로 정부의 재정지원이 꼭 필요하다. 더불어 제품 인허가 시간을 단축하고 제도개선이 뒷받침돼야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