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티요 깜짝 역전, 막판까지 ‘초박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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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대선 좌파 교사 vs 독재자의 딸

급진 좌파 대 보수 우파, 사회주의 대 신자유주의, 아웃사이더 대 기성 정치인, 소작농의 아들 대 독재자의 딸이라는 극과 극의 대결로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던 페루 대통령선거에서 급진 좌파 성향의 페드로 카스티요가 개표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격차가 불과 0.53%포인트(P)여서 재검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종 당선자 발표까지는 며칠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표율 90% 넘기며 후지모리에 앞서
사회주의 후보 당선 우려한 금융 시장
주가 급락, 통화 가치 약세 등 ‘요동’
농촌·재외국민 미개표분 변수 가능성

7일(현지시간) 페루 선거관리당국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 결선 개표가 95.9% 진행된 현재 자유페루당의 카스티요가 50.26%, 우파 민중권력당의 게이코 후지모리(46)가 49.73%를 기록 중이다.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장녀이자 대선 3수생인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대표가 개표 초반엔 앞섰으나, 카스티요가 뒷심을 발휘하면서 개표 90%대를 넘겨 역전에 성공했다.

농촌지역과 재외국민 표가 주로 남은 가운데 농촌지역에서는 카스티요 지지층이 두터운데 반해 재외국민 사이에선 후지모리가 강세를 보여온 터라 결과는 아직 안갯속이다. 페루 정치학자인 페르난도 투에스타는 현지 방송에서 “지금 시점에서 누가 승리할지 아무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회주의자 카스티요가 자유시장주의자인 후지모리에 앞서자 이날 페루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루 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S&P/BLV 페루 헤네랄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74% 급락했다. 페루 통화인 솔 가치도 2.5%가량 약세를 보이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카스티요는 대선 기간 주요 산업에 대한 정부 통제 강화와 개헌 등을 언급하며 시장에 불안감을 안긴 바 있다. 지난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그가 깜짝 1위를 차지했을 때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보고서를 통해 “카스티요의 광산업 국유화와 개헌 공약을 고려할 때 그의 승리는 페루 중단기 성장과 환율 전망에 큰 리스크를 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스티요 측은 이날 시장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당선될 경우 중앙은행의 자주성을 존중할 것이며, 국유화나 예금 몰수, 환율·가격 통제, 수입 금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루 북부 카마마르카의 문맹 농부 부모 아래서 태어난 카스티요는 고향 초등학교에서 25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2017년 페루 교사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벌인 총파업 시위를 주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총 18명의 후보가 완주한 이번 대선에서 카스티요는 초반 여론조사에선 한 자릿수 지지율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막판 지지자들을 끌어모아 깜짝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카스티요 후보에 패배 가능성이 커진 후지모리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부정 및 사기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후지모리 후보는 “선거에서 일련의 부정이 발견됐다”며 시민들에게 알고 있는 어떤 부정선거 사례라도 보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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