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민심 두려운 與, 대선 아킬레스건 선제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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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의혹’ 의원 12명 탈당 권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왼쪽 세번째) 대표가 8일 국회에서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이자 내년 대선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내로남불’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전원 탈·출당 조치라는 ‘읍참마속’의 결단을 선택했다. 내년 대선이 불과 9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회로를 택하기엔 시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송 대표는 당초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즉시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 금지 등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전날(7일) 권익위 발표 직후 “지도부와 상의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힌 뒤 8일 오전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결심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의 전원 탈·출당 조치 결정 직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저도 너무나 고민을 많이 했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민심과 당심 사이 ‘읍참마속’
송영길호, 강한 쇄신의지 드러내
“지극히 부당·졸속” “오해 많아”
해당 의원들 강한 유감 표명

그럼에도 송 대표가 결국 초유의 ‘집단탈당 권유’를 결정한 것은 민주당의 민심 이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내로남불’과 ‘부동산’, 두 쟁점을 벗어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 될 소지가 있는 것들을 당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차원이다.

아울러 당 지도부가 최근 ‘조국 사태’ 사과와 인사청문회 정국 등에서 민심과 당심의 균형을 선택하면서 ‘송영길호’의 쇄신 의지에 대한 의문 부호가 제기되자 이를 한 번에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다만 사실 여부와 관련 없이 민주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면서 당내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불가피한 조치라며 혐의를 벗고 복당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일부 의원은 발표 직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우상호 의원은 “2013년 당시 투병 중이던 모친의 유고로 갑작스럽게 묘지를 구하는 과정에서 농지를 매입하게 됐다”고 해명하면서도 “당이 소명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불복 의사를 밝혔다.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이 제기된 김한정 의원은 “아내는 경찰에 소환돼 몇 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으며 그 결과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면서 “당이 내린 조치는 지극히 부당하고 졸속하다”고 반발했다. 명의 신탁 의혹을 받는 김회재 의원은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명확한 오해”라며 “당 지도부가 명백한 잘못이 없는데도 사실관계 확인이나 소명 절차 없이 탈당 권유를 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번 탈당 권유로 불거진 당내 불만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송 대표와 지도부의 과제로 남게 됐다.

한편 전날(7일) 권익위가 경찰청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송부하면서 공은 경찰로 넘어갔다. 부동산 불법 거래 등 비위 의혹 의원 12명 중 혐의가 확인되는 의원은 법적 처벌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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