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수원행 고집하는 부산 KT, 6개월 협상은 명분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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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이 부산시의 설득에도 연고지를 부산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본격 이전하는 작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KT 구현모 대표가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연고지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뉘앙스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9일 임시총회·이사회에서 KT가 상정한 연고 이전신청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박 시장이 구 대표와 8일 직접 통화해 이사회 연기를 요청하면서 양측의 협상 가능성이 남겨졌다는 관측이 대두됐다. 그러나 같은 날 결국 구 대표가 ‘그동안 6개월 이상 (부산시와)협의를 시도했었음을 혜량해 달라’며 사실상 심의 철회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마음이 떠난 KT가 연고지 이전 작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산 농구팬들의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시는 이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양측의 이견 조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KT의 최종 결정에 비상한 관심이 모인다.

KBL, 연고 이전 심의 앞두고
부산시에 “이전 철회 불가” 밝혀
사직체육관 단독 사용 놓고 이견
동백전 운영사 탈락 앙금도 한몫
시 “협의 계속 해야” 입장문 발표


■ KT ‘명분쌓기식 협상’ 의심

발단은 KBL이 2023년을 목표로 추진하는 연고지 정착 계획이다. 현재 KT를 비롯한 비수도권 연고 구단 상당수는 용인, 수원 등 경기도 인근에 훈련장을 두고 홈경기가 있을 때만 연고지로 이동한다.

지난해 창원 LG 세이커스는 시즌을 앞두고 KBL이 못 박은 시점보다 빨리 연고지 정착 작업을 완료해 박수를 받았다. 원주 DB, 전주 KCC 등 나머지 비수도권 연고 구단도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윤곽을 그려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KT는 정착할 연고지로 부산이 아닌 수원을 선택한 셈이다.

KT는 그동안 부산시에 훈련장 제공 등 연고지 정착에 따른 제반 사항 지원을 꾸준히 요청했다. 하지만 시가 오거돈 전임 시장의 장기 부재 때문에 결정을 미룬 채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자 훈련장과 선수 숙소가 있는 경기도 수원 이전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시는 KT가 강경하게 나오자 부랴부랴 협상에 나섰다. 양측은 6월 첫째 주에 협의 자리를 가졌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가장 큰 쟁점은 훈련장 사용 문제다. KT는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현재 사용 중인 사직실내체육관을 리모델링해 단독 훈련장으로 사용하길 희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해당 시설 내 별도 시설을 사용하는 배드민턴 동호회 등 생활체육인들 반발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신 부산시는 시가 대체부지를 제공하고 KT가 훈련장 신축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KT는 150억~200억 원가량 소요되는 훈련장 신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수원에 ‘KT빅토리움’ 훈련장이 있는데 굳이 추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KT가 훈련장과 선수 숙소가 있는 경기도 수원으로 옮겨 갈 명분 쌓기식 협상을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KBL·동백전 앙금 ‘패륜’ 부추겨

과거 프로축구 FC서울과 제주FC는 일방적으로 연고 이전을 단행해 팬을 버린 ‘패륜 구단’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기도 했다.

비난과 반발을 무릅쓰고 KT가 연고 이전 카드를 서슴없이 꺼낼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잦은 구단 매각과 연고 이전을 허용해 준 KBL의 관행도 주된 원인이다. 2011년 고양 오리온스는 원래 연고지였던 대구에서 ‘야반도주’하듯 고양으로 떠났지만 KBL이 눈을 감았다. 여기에 동백전으로 불거진 KT 그룹과 부산시의 불편한 관계도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의 운영대행사였던 KT는 올해 초 부산시의 새 운영사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후 이에 반발해 부산지법에 우선협상계약 중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 시와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8일 입장문을 통해 “KT 농구단은 연고지 이전을 일방적·독단적으로 결정해 부산시민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며 “KBL과 KT 농구단이 시와 성숙된 협의를 계속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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