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후 지하철’ 오명에 안전 투자 인색한 부산도시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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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교통수단인 부산도시철도(지하철)에 대한 안전투자 규모가 서울도시철도에 비해 1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시한 ‘2020년도 철도 안전투자’ 자료를 보면, 작년 서울교통공사의 안전투자 실적이 5405억 원인데, 부산교통공사의 안전투자는 922억 원에 그쳤다. 운행 구간만 놓고 볼 때 부산은 서울의 3분의 1수준이건만, 두 도시의 전체 규모를 감안한다 해도 턱없이 현격한 격차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부산도시철도의 노후 전동차 교체를 위한 국비 지원은 지난해까지도 전혀 이뤄진 바가 없었다. 그나마 올해 처음으로 지원받은 게 200억 원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만큼 소중한 것은 없는 법인데,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안전 환경마저도 차별받아야 하는 것인지 비애를 느끼게 된다.

서울의 17% 수준, 국비 지원 절실
근본적 해결은 실질적 재정 분권에

대량수송 수단인 도시철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사실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걸핏하면 전동차 고장으로 차량이 멈추고 선로를 이탈하거나 화재 사고가 난 생생한 기억 때문에 부산 시민은 늘 불안감에 시달려 왔다. 특히 노후화에 따른 차량 결함으로 운영이 지연되고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36년이나 된 부산도시철도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부산의 숙원이다. 인명 사고를 막으려면 내구 연한이 지난 전동차 교체는 필수적이다. 작년 전동차 교체와 통신·전기 설비 등 시설 개량에 안전투자가 집중됐는데 900여억 원의 예산은 태부족하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부산과 서울은 살림살이 규모에서 커다란 차이가 난다. 이 엄연한 현실은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역의 도시철도 안전 확보에 더 많은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자체 채권 발행과 수입으로 일부 전동차를 발주하는 고육지책에 의지할 정도로 고충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극심한 재정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은 결국 재정분권을 통한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에 있다 할 것이다.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지방분권 효과를 거두기 위해 중앙정부가 재정분권 추가 방안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지금 논의 중인 2단계 재정분권안을 지체 없이 약속대로 지키면 될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리 지적하고 되풀이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아가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지역민의 안전한 이동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부산도시철도 안전투자에 지속적인 국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 열쇠는 정부의 전향적인 재정분권 조치에 있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역시 예산 타령이나 비용 절감에만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근본적인 안전투자 대책을 세우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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