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안 했는데 보조금… 지난해에만 31만 건 ‘미운행 미신고’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버스 준공영제 관리 손 놓은 부산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하는 부산시가 시내버스 운행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운행하지 않은 버스에 지급한 돈이 최근 4년간 6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 시내 버스 차고지. 강선배 기자 ksun@

시내버스 업체 A사는 2019년 5월 노사협상 과정에서 부분파업을 겪었다. 부산시에서 인가받은 A사의 하루 운행횟수는 114회. 그러나 파업 여파로 87회만 운행하고 27회는 못했다. A사의 미운행 실적은 재정 지원에 반영됐을까? A사는 부산시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자연히 부산시는 가동비 페널티(약 200만 원)를 부과하지 않았다.

4년간 124만 9927회 미운행
신고 횟수는 35만 9218회 그쳐
준공영제 업무 담당 인력 2명뿐
시 “자율감회 폐지, 인력 보충”

■‘자율’로 포장된 운행 관리 소홀

감사원은 부산 지역 시내버스 업계가 노선별로 인가된 운행횟수보다 모자라게 운행한 실태를 점검했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부산시 버스정보관리시스템(BIMS)과 정산시스템을 바탕으로 운행실적 자료를 추출했다.

그 결과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시내 전 노선의 총 미운행 횟수는 124만 9927회(연평균 31만 1231회, 일일 평균 856회)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중 버스업계가 부산시에 신고한 건 35만 9218회에 그쳤다. 전체 미운행 횟수의 28.7%에 불과했다. 나머지 89만 709회(71.3%)는 부산시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버젓이 배차 간격이 늘어났지만, 관리감독권을 가진 부산시에는 이 같은 상황이 보고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감사 결과를 놓고 부산시가 관리 소홀로 시내버스 업계에 불필요한 재정 지원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은 “부산시가 미신고건 전체를 확인해 심사했다면, 페널티 금액 총 652억 원을 부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부산 시내버스의 미신고 미운행 횟수가 도마에 오른 건 그동안 부산시가 속 편한 ‘자율감회’ 정책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직후인 2008년부터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준공영제 비용 부담이 늘자 버스업계에 주는 지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자율감회를 도입했다. 쉽게 말해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부산시가 일일이 운행 횟수를 감독하지 않고, 버스회사가 자율적으로 비용과 인력에 맞춰서 운행횟수를 줄이고 이를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근간이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준공영제 운영지침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10년 넘도록 자율감회가 이뤄졌고, 미운행 신고 기준이 회당이 아니라 대당 계산되다 보니 미운행 신고가 누락돼도 이를 검증하지 못했다. 부산시도 신고된 미운행 횟수의 귀책사유를 따지지 않고 일괄해서 감액 지급해 왔다.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감사원 감사가 부산시 버스 운영시스템을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버스운송사업조합 전략기획팀은 “부산시의 미운행 횟수 신고 기준은 회당이 아니라 대당이며 부산시와 협의해 주 52시간 도입 등 노동환경 변화에 맞춰 업계가 자율적으로 운행횟수를 조절했다”며 “유류비도 실비로 정산돼 미운행을 신고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얻는 금전적 이득은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 “자율감회 폐지… 심사 강화”

시내버스 기사의 근무시간이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차량이나 인력의 충원은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준공영제로 인한 적자를 부산시도, 버스업계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늘어난 버스기사의 휴게시간 등을 감안해 업계가 운행 횟수를 자율적으로 줄이며 부산시가 묵인해 왔다.

부산시는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자율감회 정책을 재고하는 한편 미운행과 관련된 심사 인력을 보충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부산시는 시내버스의 미운행 횟수를 건별로 개별 심사하지 않고 있다. 매일 시내버스 미운행 횟수가 800건이 넘는데 모든 사안의 귀책 사유를 파악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부산시 버스운영과 내 준공영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2명뿐이다.

부산시 해명에도 꾸준히 제기됐던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비판은 이번에도 대두됐다. 준공영제 관리자인 부산시가 운행계통 변경과 시청 내 관리 인력 증원을 주도적으로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행횟수는 노선권, 노선 허가와 직결된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준공영제 도입 취지에 비춰 부산시의 해명은 관리자로서의 책임 의식 자체가 결여됐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