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로봇세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립부산과학관 공동특별전 ‘헬로 로봇’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수 절차를 마쳤다. 온라인을 달군 영상에서 국내 누리꾼들이 입힌 ‘범 내려온다’ 노래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던 로봇과 로봇 개를 개발한 바로 그 기업이다. 강릉시는 올 여름 경포해변 등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피서객을 감지해 따라다니면서 ‘마스크를 써 주십시오’라고 안내하는 로봇을 배치한다. 국방부는 부실 급식 논란에 위험하고 체력 소모가 많은 튀김 요리 등에 ‘조리 로봇’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며칠치 뉴스만 봐도 로봇은 더이상 먼 존재가 아니다.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에서 처음 ‘로봇’이란 단어가 등장한 지 100여 년. 어느새 만화와 영화를 걸어나와 우리의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온 로봇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막 시작됐다.

산업·인공지능·스포츠·예술·일상과 미래 등
6개 존 48개 콘텐츠에 80대 넘는 로봇 전시
오목 로봇·복싱 로봇·바리스타 로봇 등 인기


■사람 닮은 로봇 그 이상

국립부산과학관은 지난 22일 공동특별전 ‘헬로 로봇’을 개막했다. 전시의 가장 큰 주인공은 30종의 로봇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로봇팔 두 개가 입체적인 영상이 흘러나오는 모니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두 손을 흔들어 인사하듯 관람객을 맞이한다. 자동차 생산이나 물류 현장에 활용되는 DRB 파텍의 산업용 로봇이다. 이 곳을 시작으로 6개 존 48개 콘텐츠에는 30종 80대가 넘는 로봇이 전시된다.

국립부산과학관 과학문화실 허혜연 연구원은 “기존 로봇 전시가 기업 홍보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중심으로 전시용 로봇 위주로 구성됐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산업을 비롯해 다양한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로봇을 소개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과학관은 다양한 협력 기업·기관과 전시 콘텐츠를 함께 기획하고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로봇과 산업’ 존의 ‘스마트 팩토리’ 콘텐츠는 산업용 로봇이 부품을 조립하고 협동 로봇이 레일을 타고 부품을 정리한 뒤 ‘퇴근하고 싶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보이면서 끝난다. 스마트공장 통합구축 기업 HCNC의 전문가들이 체험 콘텐츠용으로 별도 설계한 유머러스한 스마트 팩토리 모형이다.

전시장 도입부의 ‘로봇 촬영 스튜디오’는 로봇팔이 얼마나 유연하게 움직이는지 실감할 수 있는 콘텐츠다. 사람의 팔보다 단 1개가 모자란 6개 축을 가진 로봇팔이 카메라를 장착하고 하프를 닮은 원반과 현 조형물을 움직이면서 촬영해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를 구현했다.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송출되는 영상은 ‘딱딱한’ 로봇이 촬영했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우아하다.

로봇은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재난 현장과 극한 환경에서도 활약한다. 한국원자력발전소의 재난대응 로봇들을 볼 수 있고, 해저 관측이나 지뢰 탐지를 담당하는 로봇도 있다. 복강경, 내시경을 비롯해 인공장기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의 의료용 로봇팔도 전시된다.



■딥러닝이 도대체 뭐냐면

전시는 체험 외에도 다양한 장치와 패널 구성을 통해서 로봇을 둘러싼 여러 개념과 역사에 대해 안내한다. 로봇청소기가 로봇인 이유는 공간, 장애물, 바닥 재질 등을 인지하고(센서), 방향, 속도, 흡입력 등을 판단한(컨트롤러) 뒤 먼지를 빨아들이는 반응(액추에이터)을 하기 때문인데, 이 세 가지는 로봇의 조건이라는 식이다.

로봇이 하드웨어라면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다. 둘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전시의 또다른 핵심 존인 이유다. 2016년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세계 챔피온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꺾으면서 세계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음을 충격적으로 인식했다. 인공지능의 실력을 체험해볼 수 있는 오목 로봇은 특히 인기가 예상된다. 난이도 3단계 중 1단계를 택하면 우승도 기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이야기할 때 늘 따라나오는 딥러닝의 개념은 몰라도 고양이는 좋아한다면 딥러닝 체험 준비는 끝났다. 2014년 구글 인공지능은 딥러닝을 활용해 무작위로 선택된 유튜브 동영상에서 고양이를 식별해냈다. 따로 고양이의 특징을 알려준 적이 없는데도 영상 100만 개를 보면서 고양이의 특징을 자발적으로 학습한 결과다. 인간의 학습 방식을 닮은 딥러닝의 원리다. 딥러닝은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제한 시간 안에 모니터에 제시되는 단어를 그리면 인공지능이 낙서를 인지하는 퀵드로우, 실제 코딩을 통해 코딩 로봇을 움직여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이라면 체험자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표정 등을 분석해주는 인공지능 면접 체험이 도움이 되겠다.

현재 인공지능은 바둑, 자율주행처럼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특화형 인공지능, 일명 ‘약한 인공지능’ 중심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뇌 하나로 시각, 청각, 언어 등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인간을 닮은 범용 인공지능, ‘강한 인공지능’이다. 과학계는 강한 인공지능이 실현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컴퓨터의 능력이 전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2045년에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모든 연령대의 관람객들에게

가장 좋아할 관람객은 어린이다. ‘로봇과 스포츠’ 존에서는 리모콘으로 복싱 로봇이나 자동차 모양의 ‘쌈봇’을 조종해 일 대 일 게임에 참가할 수 있다. 복싱 로봇에 거의 뺨이 닿을 듯 붙어서서 로봇팔로 주먹을 날리게 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른도 덩달아 손에 땀이 맺힌다. 공의 방향을 예측하고 위치와 속도를 감지하는 골키퍼 로봇과도 대결할 수 있다. 리오넬 메시 선수의 세 골 중 두 골을 막았다는 로봇이다.

‘로봇와 예술’ 존에서는 실로폰, 드럼, 오르간 로봇이 ‘아기 상어’부터 베토벤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관람객의 사진을 찍어서 다양한 화풍으로 바꿔주는 로봇 화가도 있다. 이미 익숙한 청소 로봇, 주문 로봇 등은 ‘로봇의 일상과 미래’ 존에서 기다리고 있다. 스탠드 아래 책을 놓기만 하면 글자를 인식해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독서 로봇, 살살 쓰다듬거나 두드리면 꼬리를 흔드는 애완 로봇도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바리스타 로봇이 타주고 서빙 로봇이 가져다주는 커피를 마시는 공간도 마련됐다.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청년이라면 새로운 길을 찾을지도 모른다. 전시에서는 현대자동차와 벤틀리 디자이너 출신의 유니스트(국립울산과학기술원) 정연우 교수, 네이버 인공지능 플랫폼 이봉준 개발자도 인터뷰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로봇 디자이너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인공지능 개발자가 되려면 국·영·수 중에 어떤 과목이 제일 중요한지 등 질문에 대해 현업 전문가의 생생한 답변이 준비돼 있다.

기술과 미래에 대해 관심이 있는 성인들도 인식을 넓힐 수 있다. “인간의 약점 중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희망을 갖는 거야. 하지만 인간의 장점이기도 한 건 바로 꿈이란다.” 영화 ‘에이아이(AI)’ 속 대사를 포함해 로봇에 대한 문장들을 보면서 전시장을 나서면 인간의 꿈이 만들어낸 로봇이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공존 또는 결합의 대상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열린다. 부산을 시작으로 국립대구과학관(9월 4일~11월 28일), 국립광주과학관(12월 10일~내년 3월 1일)이 전시를 이어간다. 월요일 휴관. 성인 5000원, 초·중·고 5000원, 유아 2000원. 홈페이지에서 시간대를 정해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하고 해설자의 인솔에 따라야 한다. 체험이 많아 관람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게 좋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