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표적인 ‘반중매체’ 빈과일보 ‘쑥대밭’으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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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매체 빈과일보가 폐간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홍콩경찰이 23일 빈과일보 논설위원을 전격 체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이날 빈과일보 논설위원 융칭키(55)를 외세와 결탁한 혐의로 자택에서 체포했다. 융칭키는 ‘리핑’이라는 필명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해왔다. 그는 2016년부터 800편의 칼럼과 논평을 써왔으며, 그중 331편은 2019년 이후 작성됐다.

논설위원 ‘융칭키’ 외세 결탁 혐의 체포
편집국장 ‘라이언 로’ 등 2명도 ‘기소’
언론사 자산 동결, 취재진 컴퓨터 압수
직원 절반 사직… 25일 폐간 여부 결정
자매지 ‘넥스트매거진’ 결국 운영 중단


SCMP는 경찰 소식통을 인용, 추가 체포 작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국가안전처는 지난 17일 빈과일보 간부 5명을 체포해 이 중 라이언 로 편집국장 등 2명을 외세와 결탁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또 빈과일보의 자산 1800만 홍콩달러(약 26억 원)를 동결하고 취재진의 컴퓨터 44대 등을 압수해갔다. 경찰은 빈과일보가 중국과 홍콩 정부 관리들에 대한 외국의 제재를 요청하는 글을 30여 건 실어 홍콩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의 기고문을 포함해 대부분 논평과 칼럼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는 2019년 3개의 불법집회 참여 혐의로 총 2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당국은 라이의 자산도 동결했다.

빈과일보 자매지인 온라인 매거진 ‘넥스트매거진’은 이날 운영 중단을 발표했다. 넥스트매거진의 루이스 웡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당국의 자산 동결로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웡 대표는 수년 전 매출 손실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으나 온라인판 전환에 성공한 뒤 1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동료는 여전히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 상상을 멈추라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한때 언론의 자유를 누렸고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라이가 1990년 세운 넥스트매거진은 홍콩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잡지 중 하나였으며, 2018년부터는 온라인으로만 운영돼왔다.

빈과일보 폐간 여부가 오는 25일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직원의 절반은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영문판을 비롯해 온라인 금융 뉴스, 홈페이지 온라인TV 뉴스 ‘애플 액션 뉴스’ 등의 서비스는 이미 중단됐다. 빈과일보의 남아있는 직원들은 회사가 마지막 발간일로 예상한 오는 26일자까지 신문이 정상 발간될 수 있도록 분야를 넘나들며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빈과일보에 대한 홍콩 당국의 단속을 비판한 미국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미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람 장관은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보안법은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동을 처벌하고 중지시키고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홍콩보안법 위반의 중대성을 경시하려 하지 말고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를 미화하려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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