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항의 주인은 누구인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인호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대표

부산항은 부산포로 시작 북항, 신항, 감천, 남항, 다대포항 등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한국서 가장 유서 깊은 천혜의 세계적 항만의 이름들이다. 또한 부산항은 마도로스, 항구, 갈매기 등 한국 정통 트롯의 본류로 가장 많은 트롯 노래와 유명 가수를 배출한 낭만의 항구이기도 하다.

부산항은 현재 컨테이너 처리량 세계 5, 6위, 환적항 세계 2위로 동북아 허브항만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기 할 것은 20여 년의 시민 숙원인 가덕물류신공항 건설로 싱가포르, 스키폴 같은 복합물류항만으로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큰 사업을 하는데 과연 부산항의 주인은 누구인가. 어떤 기관이 부산항을 운영, 관리 개발하는가.

이번 북항재개발 사태에서 보듯이 부산의 모습과 내용을 바꾸는 새 역사인 북항 사업이, 시민은 없고 중앙부처(기재부, 해수부)가 좌지우지 하고 있다. 부산시도, 부산항만공사도 아무 권한이 없는 이 희한한 사태를 부산시민은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부산항만공사의 제일 큰 임무는 북항재개발이다. 그런데 문제는 부산항을 관리운영하는 부산항만공사(BPA)의 권한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즉 부산항만공사가 부산시민 뜻대로 사업을 못한다는 것이다.

부산항만공사의 탄생의 주역은 부산시민이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시민의 힘을 합쳐 정부의 반대도 불구하고 민간자율적인 부산항만 공사를 설립했으나 결국 정부 공기업으로 출범했다.

그래서 부산항은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라는 두 시어머니를 갖게 된 국가관리 공사가 되었다. 시대에 역행하는 국가항만화 정책이다. BPA가 돈 1원을 써도 기재부의 승인(법에는 협의)이 필요하고 일일이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의 감독, 간섭, 허가, 양해라는 명분으로 손발이 묶여 있다. 부산항에 유람선 하나 띄우려 해도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즉, 항만자치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높게 자유로이 날아가는 ‘부산갈매기’의 노래가 슬프기만 하다.

부산항의 타율적인 관리, 운영은 최대의 세계 항만 경쟁에 큰 저해 요인이다. 설립 당시 공공성과 함께 기업의 효율성을 가진 경직된 정부 조직으로는 할 수 없었던 민간적인 시각에서 설립된 BPA가 지나친 정부 규제로 부두임대사업자로 전락한다면 부산항만공사를 만들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부산항의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함은 국가적인 측면에서 불행한 일이다. 특히 일부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의 외국자본 종속 현상의 심화로 부산항은 실속이 없고 동북아의 관문이라는 껍데기만 화려한 항만으로 전락하고 있다.

부산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BPA가 부두 운영에 직접 나설 수 있게 ‘공기업 운영에 관한 법률’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 그리하여 부산항만공사가 터미널 임대업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항만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설립 취지대로 정책실행 및 조정자로서의 지위 확보를 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국제 중추 항만 주도권을 놓고 주요 국가별로 항만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동남아와 동북아 지역 등 거점 지역들을 중심으로 지방정부 주도의 대형 항만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10대 항만 중 7개 항만이 중국 항만이다.

중국은 2001년부터 항만 관리를 모두 지방정부에 이양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개혁은 항만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해양자치로 전환하면 중앙의 감독이나 규제를 받지 않게 되고 지역의 자주성과 자율성이 획기적으로 신장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부산시민이 적극적으로 항만정책의 수립·집행 과정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항만정책의 수립에 절차적 정당성을 제고할 수 있는 것이다. 부산항을 빨리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