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새 2명 ‘징계’… 박 시장 ‘산하 기관장 물갈이’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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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과 직원 갑질 의혹을 받아온 이용관 부산문화회관장에 대해 23일 전격적으로 직위해제가 통보됐다. 하루 전에는 부산경제진흥원 박기식 원장이 성추행 피해자에게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됐다.

감사 기능을 통해 부산시 산하 기관장들의 문제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다른 기관장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2차 가해’ 경제진흥원장 이어
‘갑질 논란’ 문화회관장도 통보
‘감사 기능 통한 물갈이’ 관측
부산시청·산하 공기업 ‘술렁’

부산시는 23일 부산문화회관에 이용관 대표에 대한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이 대표는 근무 중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고, 직원에게 폭언과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문화회관지회는 이 대표의 일탈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여러 차례 직원들과 반주를 겸한 점심식사를 하고 음주 상태로 부산문화회관까지 관용차를 직접 운전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대표가 직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된 직원을 감쌌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부산시의 통보를 받은 부산문화회관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이 대표에 대한 직위해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부산시 류제성 감사위원장은 “이번 직위해제는 감사위원회에서 청구한 것이 아니고, 부산시를 통해 바로 직위해제 통보가 간 것으로 안다”면서 “노조에서 감사를 청구했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도 있어 감사위원회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23일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부산시 조사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날인 22일에는 부산경제진흥원 박기식 원장이 직위해제됐다. 경제진흥원 산하 조직에서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는데 박 원장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는 게 징계 이유다. 부산시는 해당 기관과 기관장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박 원장으로 확인이 됐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이날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이 사내 성추행 사건 피해자와 면담했고, 이 과정에서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거나 가해자와 조직의 안위를 걱정하는 발언을 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고 밝혔다.

감사위원회는 성희롱이 만연하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부산경제진흥원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 중이다.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박 원장은 2차 가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원장은 “위로하려고 피해자를 불렀는데,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치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처럼 비춰진 부분이 있다”면서 “평소 부산의 경제 발전을 위해 열심히 해 왔는데, 나를 믿어 주던 사람들에게도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4월 부산시는 제4차 감사위원회에서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고영삼 원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감사위원회는 고 원장이 직무와 무관한 관외 출장을 다수 실시하고 사례금과 여비를 중복 수령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관장들이 잇달아 징계 처분을 받자 조직 개편을 앞둔 부산시청과 산하 공기업이 술렁이고 있다. 박형준 시장은 4월 “공직 사회 전반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인 만큼 무리한 시정이나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기관장 교체에 대해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잇달아 기관장들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감사 기능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임 시장 때 임명된 부산시 산하 기관장에 대한 물갈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최근 부산도시공사 사장이 물러났지만 대부분의 산하 공공기관장들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손혜림·이상배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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