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말 우려에 가동 않을 ‘쿨링포그’ 설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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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물안개 분사 설비인 ‘쿨링포그’ 운영 자제를 권고했지만, 부산의 기초지자체마다 도심 곳곳에 수천만 원대 예산을 들여 쿨링포그를 설치하고 있어 엇박자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게다가 설치한 시설은 코로나19로 운영이 불투명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16개 구·군 중 연제구, 서구, 수영구가 올해 쿨링포그 설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영구에 3개소, 서구에 3개소, 연제구에 1개소가 여름철 이전에 설치된다. 쿨링포그란 물을 안개 형태로 고압 분사 시켜 주변 온도를 3~5℃가량 낮추는 여름철 폭염방지 설비이다. 주로 시민들이 모이는 산책로, 버스정류장 등에 설치된다.

연제·서·수영구, 7개소 설치 중
“코로나 전파 우려” 정부 자제령
제때 가동 못 하면 예산만 낭비

연제구의 경우 예산 6000만 원을 투입해 이달 말까지 온천천 시민공원 보행데크 40m 구간에 쿨링포그 7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여름철 폭염과 온열질환 등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앞서 정부는 쿨링포그의 비말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름철 폭염대책에 이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공문은 이미 지난해부터 전국 지자체에 발송됐으며, 해당 지침은 코로나19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까지 유효하다.

정동식 동아대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외부 공간이라 감염에 직접적인 위험은 없더라도, 쿨링포그 주변에 여러 사람이 모여 대화를 할 경우 물안개와 비말이 섞여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지침은 권고 사항에 그쳐 쿨링포그 사업 추진은 기초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결정이 가능하다. 연제구와 서구, 수영구 역시도 자체적으로 설치 결정을 내리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연제구청 도시안전과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쿨링포그 가동 시 비말로 인한 감염 위험성에 가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예산을 투입하고도 감염 우려에 운용을 망설이자 기초의회에서는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고 날을 세웠다. 연제구의회 김형철 의원은 “정부의 요청과 구의원들 반대에도 구청이 쓰지도 못하는 설비에 예산을 투입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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