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대한민국 586’은 조선 사림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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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 조선의 586 / 유성운

조선은 사대부의 나라였다. 조선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조선의 사대부들은 고려 권문세족들의 부패를 비판하며 자신들을 차별화했다. 하지만, 조선을 성리학 세계로 바꿔놓은 후에는 자신들만의 특권과 이권을 챙기는 데 몰두했다. 특히 중화주의에 빠져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는 눈과 귀를 닫았다. 상업을 죄악시하며 나라 전체를 가난하게 만들고, 무인을 천시해 국방을 약화시켰다. 신분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 노비는 늘리고, 자신들의 특권을 대대로 보장해줄 ‘성스러운’ 족보 만들기에 골몰했다.

또한 사림으로 대표되는 조선의 사대부들은 실력이 아니라 절의를 기준으로 세워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세력은 ‘소인’이나 ‘사문난적’으로 몰아붙였다. 이들은 불편한 국제 현실에도 눈 감았다. ‘중화(中華)’를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해 망한 명나라의 복수를 해야 한다며 나라 전체를 이념화, 교조화시켰다. <사림, 조선의 586>에서는 조선시대 사림을 이렇게 본다.

책은 사림이 조선시대 정치 세력으로 대두하는 과정과 집권 후 조선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보여주면서 586의 나라가 된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되짚는다. 저자는 대한민국 586을 조선 사림의 귀환이라고 본다. 조선 사림과 한국 586에 대한 비판이 매섭다. 유성운 지음/이다미디어/268쪽/1만 4500원.

정달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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