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도자기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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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도자기 브랜드인 행남자기가 지난 7일 코스닥에서 상장 폐지되는 비운을 맞았다. 1942년 설립돼 80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대표 도자기 업체의 추락은 도자기 종주국 대한민국의 서글픈 현실을 보여준다.

행남자기는 한국도자기와 쌍벽을 이루며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세계시장에서도 강자로 군림했었다. 오랜 기간 혼수 품목에 도자기 세트는 필수항목이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는 어떤 도자기 세트를 장만할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예비 신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많은 주부에게 도자기 세트는 꼭 갖고 싶은 식탁의 친구였다. 4인 가족의 밥상을 완성하는 도자기 세트 ‘반상기’는 대한민국 주부의 대표 ‘워너비’ 항목이었다.

팍팍한 살림에도 아끼고 아껴 마음에 드는 도자기 세트를 장만한 후 아이처럼 좋아하셨던 어머니의 미소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생히 기억난다.

1990년대에는 한국 도자기가 세계시장에서 최강자라고 불릴 정도로 번성했다. 고급 도자기의 대명사, 본차이나의 고장 영국조차 인정할 정도였다. 당시 신문에는 한국 본차이나에 영국 왕실이 반했다는 기사도 있다.

그렇게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한국 도자기의 현재는 무척 초라하다. 세계시장은커녕 한국에서조차 존재감이 약하다. 현재 한국 도자기 시장의 80%는 외국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와 저가 시장은 중국산 도자기가 점령했고, 백화점을 비롯해 고가 시장은 영국 덴비, 프랑스 빌레로이앤보흐, 영국 포트메리온 등이 차지했다.

한국 도자기의 추락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약 40%를 차지하는 1인 가구(행안부 주민등록 통계)를 비롯해 1·2인 가구의 비중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가족 형태가 달라졌지만, 한국 도자기 업체는 과거 혼수 세트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 현대적인 디자인과 색감을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 탓도 크다. 인터넷 거래 시장에 대처하지 못하고 후진적인 유통구조를 고집했던 것도 또 다른 쇠퇴 이유이다.

사실 도자기 그릇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개인 SNS가 발달하며 예쁜 식기로 플레이팅(상차림)을 해놓고 이를 사진 찍어 올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식탁에서 한국 도자기가 사라지기 전에 저력 있는 한국 도자기의 현대적인 변신이 절실하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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