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과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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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6말 7초’가 다가오면서 분명해지고 있다. 유월이 지나면 대선의 계절이 막 오른다는 사실 말이다. 대권 잠룡들의 출사표가 줄을 잇고 있고,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샅바싸움도 한창이다. 1987년 6·29선언과 1991년 기초·광역의회 출범에 이은 1995년 6월 27일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같은 우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정치 이정표도 유월에 쏠려 있다. 이제 대선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야 하는 시간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판은 태풍의 핵 한가운데를 지나는 인상이다. 36세로 국민의힘 대표 자리를 꿰찬 ‘이준석 돌풍’ 혹은 ‘이준석 효과’의 파문이 일파만파다. 정치인의 기대 연령을 확 낮췄을 뿐만 아니라 진보와 보수, 여와 야, 신진과 기성 등 기존의 정치 문법을 뒤흔들고 있다. 대표적인 레토릭이 ‘꼰수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때 대한민국 체제를 뒤집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그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며 이제 ‘꼰대·수구·기득권’이 돼 가장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다”라며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겨냥했다.

하반기부터 ‘대선의 계절’ 막 올라
정치판 ‘변화와 혁신’ 경쟁 불가피

‘대전환의 시대’ 담을 그릇 필요
개헌 논의 우후죽순·백화제방 기대

지방자치제 부활 30주년 맞아
자치분권·균형발전 꼭 실현해야

첫째,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이제 우리 정치의 시대정신이 됐다. 4·7 재보궐선거에서 2030세대의 정부 여당을 향한 민심 이반이 돌출했고, 그 여세를 몰아 변화와 혁신의 이니셔티브를 젊은 당수가 이끄는 보수 야당이 거머쥐었다. 선수를 뺏긴 진보의 반격이 이어지면 이번 대선은 ‘역대급’ 혁신 논쟁의 장이 될 것이다. 일반에게는 흔해 빠진 ‘변해야 산다’라는 수사가 정치권에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지, 시쳇말로 ‘기대하시라, 개봉박두’다.

두 번째는 개헌이다.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담을 그릇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대급 변화와 혁신을 오롯이 수용하려면 개헌밖에 다른 수가 없다. 당장 이준석 대표의 경우에서 보듯 40대 이하도 대통령 출마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다. 대통령 피선거권 개정을 위한 개헌이다. 일반 국민이든 헌법학자든 개헌에 찬성하는 쪽이 더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들어 ‘대선주자 간 개헌 연석회의’가 논의될 정도로 정치권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개헌은 ‘87년 체제’의 청산을 뜻한다. 6월 항쟁이라는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 지금의 헌법이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들어 권력 분산과 국민 통합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30년도 더 지나 시대 현실을 헌법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87년 체제를 탄생시킨 주역인 586이 꼰수기라며 거센 도전을 받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셋째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다. 87년 체제가 올해로 부활 30주년을 맞은 지방자치제의 씨를 뿌렸다면 온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실현할 개헌은 87년 체제의 완성이다. 6·29선언에 대통령 직선제와 함께 지방자치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지방자치제의 부활을 알렸지만 헌법은 선언적인 내용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다. 한 세대에 해당하는 30년을 보낸 지금이야말로 일그러진 지방자치제를 바로 세울 때다.

30년 지방자치제의 현주소는 부산의 지역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산지역 143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와 부경대 지방분권발전연구소, (사)시민정책공방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매우 낮다 16%, 낮다 46%)가 ‘지방분권 수준이 낮다’고 답했고,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는 무려 85%(매우 낮다 50%, 낮다 35%)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허울뿐인 지방자치제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자치와 분권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용기를 내야 할 때다.

내년 3월 9일 대선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지역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날로 심화하면서 부산이든 울산이든 경남이든 심지어 부울경 메가시티든 어느 곳이라도 언제든지 소멸의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를 이번에야말로 헌법에다 대못을 박듯 명시해야 비로소 지역의 살길이 열리는 지경에 놓였다.

지방으로서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고 키워드다. 비수도권의 사활이 여기에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팎으로 변화와 혁신을 말하는 대전환의 시기인 만큼 대선까지 남은 8개월여 동안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은 거침없을 것이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중심만 제대로 잡는다면 출렁이는 대선판을 걱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지역은 물론이고 지역끼리의 자치분권·균형발전 연대가 대선 승부처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 분명하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다.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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