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홍콩보안법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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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 50만 명의 반대 시위로 2003년 한차례 철회됐다가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반중시위로 번지면서 전격 도입된 법안. 외세와 결탁 등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한다는 명목의 극히 모호하면서도 광범위한 법안.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얘기다.

홍콩보안법이 30일 도입 1년을 맞았다. 그새 아시아 최대 자유도시였던 홍콩에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우선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 빈과일보가 지난 24일 26년 역사를 뒤로하고 전격 폐간됐다. 빈과일보를 창간한 지미 라이가 불법 집회 참여 혐의 등으로 징역 20개월을 선고받고 자산이 동결된 것도 모자라 경찰 수백 명이 빈과일보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편집국 고위간부들을 줄줄이 체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자산까지 동결되면서 빈과일보는 결국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후 논설위원이 추가로 체포되면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1928년 설립 이후 ‘홍콩의 BBC’로 불리던 홍콩의 공영방송 RTHK는 올해 3월 정부 관료 출신 패트릭 리가 ‘낙하산’ 방송국장에 임명된 이후 위기가 가속화됐다. 리 국장의 친중 성향 보도 기조에 반발한 간부 6명이 사직하고 시위 현장의 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든 취재진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언론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예정됐던 입법회(의회) 선거가 연기된 이후 공직선거 출마자 자격을 ‘애국자’로 제한한 선거제 개편으로 범민주진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공직자 충성서약을 거부한 공무원들이 대거 해고됐고, 야당 신민주동맹은 지난 26일 자진 해산했다.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진행되던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집회는 32년 만에 불발됐고, 2003년부터 매년 7월 1일 열렸던 주권반환일 집회 역시 올해 처음으로 열리지 않는다.

시민운동가들과 정치인들이 잇따라 실형을 선고받는 상황에서 다시 일어선 것은 시민들이었다. 빈과일보 마지막 호가 발행되던 한밤중 수많은 시민이 빈과일보 사옥을 에워싸고 지지를 보냈으며 사라진 빈과일보 기사를 보존하는 디지털 아카이브도 자발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들은 거리에 서서 침묵하는 방법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2주년을 기념했다.

지금의 홍콩에 우리의 과거가 자연스럽게 겹친다. 온갖 탄압에도 살아남은 것은 시민의 힘이었다. 시민의 끈질긴 저항이 우리의 역사를, 오늘을 바꿨다. 비판의 목소리는 잠재울 수 있어도, 자유를 향한 희망의 불꽃은 꺼뜨리기 쉽지 않다. 윤여진 국제팀장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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