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거돈 징역 3년 선고 권력형 성범죄 근절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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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 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9일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로써 오 전 시장은 부산시장으로는 2004년 안상영 전 시장에 이어 두 번째 구속 수감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안았다. 재판부는 양형에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비롯해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피고인이 부산시의 수장이었던 점과 범행이 관용차와 집무실에서 일어난 점에서 권력형 성범죄가 인정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볼 때 피고인은 피해자가 정신적 상해를 입을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도 보았다.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 치매로 인한 우발적 행동이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법원 ‘강제추행치상’ 인정 법정구속
고위 공직자 성폭력 일벌백계 ‘경종’

이번 판결은 7년 구형에 비해 형량은 떨어졌지만 강제추행치상죄를 인정하고 법정 구속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청구하거나 신청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된 데다 오 전 시장 측에서는 줄곧 정신 건강 미약에 따른 기습 행동을 주장하면서 중대 범죄가 아니라고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선고는 법원이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잇단 권력형 성범죄를 단죄하는 것은 물론 성인지 감수성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성범죄로부터 사회 구성원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상해로 인정한 것은 권력형 성범죄 이후 겪는 후유증까지 중대한 문제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반면, 피해자 측인 오거돈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적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오 전 시장이 재판이 시작되자 피해자를 상대로 합의를 시도하는 등 2차 피해를 안겼는데도 이 부분이 판결에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강제추행치상 혐의가 인정되면 법정형이 징역 5년 이상인데, 이번 선고 형량은 구형량에 절반조차 되지 않아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 본보기로 삼기에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범법자는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배려돼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 논리가 지금껏 제대로 관철되지 못한 영역이 바로 권력형 성범죄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선고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범죄가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발 디디지 못하는 계기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고위공직자가 성폭력 처벌에서 예외일 수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권력과 위력을 이용하면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는 것이다. 오 전 시장 역시 구차한 변명 대신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죗값을 당당히 치르는 것만이 부산 시민으로부터 용서받는 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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