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도리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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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워 본 부모치고 도리도리, 짝짜꿍, 곤지곤지, 죔죔(잼잼으로 잘못 쓰고 있다)이란 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것이 ‘단동십훈(檀童十訓)’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동십훈을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단군 시대부터 귀족들의 교육 방식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여기에 담긴 뜻도 심오한데, 예를 들면 도리도리(道理道理)는 머리를 좌우로 돌리게 하면서 천지 만물의 이치와 사람 된 도리를 가르친다는 의미였다. 단동십훈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까꿍’도 우주의 이치를 깨달으라는 뜻으로 ‘각궁(覺弓)’으로 해석했다.

도리도리에 대한 다른 유래는 ‘돌리다’는 어휘와 관련이 있다. 젖먹이가 머리와 목을 좌우로 돌리면서 목을 가눌 힘을 기른다는 것이다. 그게 ‘도리도리 5분 운동’으로 발전했다. 목에 힘을 뺀 상태에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운동이다. 우울증이나 거북목, 심지어 뇌졸중, 목디스크에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이 운동을 권하는 의사도 있다. 처음에는 머리가 흔들려서 메슥거리거나 어지러운 증상을 느낄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1분, 3분, 5분, 10분으로 늘려가란다. 중요한 것은 목에 힘을 빼는 일이다. 유튜브에 ‘도리도리 운동’을 치니 관련 콘텐츠가 우수수 뜬다.

도리도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별명이 되면서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이 무려 740회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도리도리 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네이버 이미지 검색에서 도리도리가 차단돼 억측이 일었다. 반면 다음이나 구글에선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 관련 사진이 뜬다. 알고 보니 네이버는 도리도리가 마약 관련 은어로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라 2014년부터 차단해 왔단다.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이 그만큼 화제의 중심에 섰기에 이런 논란도 생기는 것 같다. 한편으론 ‘지지율 1위’ 말고 ‘왜 윤석열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기자회견에 대한 일종의 조롱 섞인 표현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단동십훈의 도리도리에서 말하는 “사람 된 도리”나 ‘도리도리 5분 운동’에서 강조하는 “목에 힘을 빼는 일”이 비단 윤 전 총장뿐 아니라 모든 대권 도전 후보에게 필요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어른이 된다고 저절로 철이 드는 게 아닌 만큼, 때론 ‘도리도리 까꿍’의 의미도 되새겨 봄 직하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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