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77. ‘Ghostbusters’(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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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상영관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서 펼쳐졌습니다. 경이롭기까지 한 순간이었죠. 제 기억 속 경이로운 첫 영화는 이반 라이트만이 연출하고 빌 머레이, 댄 에크로이드, 시고니 위버가 출연한 1984년 작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입니다. 종로의 낙원상가에 있는 허리우드극장에서 개봉했었는데요. 매표소와 영화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등 영화관 주위 풍경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영화 초반부 초록 귀신이 카메라를 향해 날아오는 장면에서 너무 무서워 저는 그만 눈물을 터트렸지요. 부모님과 상영관 밖에서 울음을 진정시키고 돌아왔습니다. 저에게 영화가 선사할 수 있는 극한의 체험을 처음부터 제대로 경험시켜준 영화였습니다. 객석으로 돌아온 저는 부모님 품에 안겨서 영화를 끝까지 보았었지요. 여전히 너무 무서웠음에도 눈을 뗄 수 없는 그 어마어마했던 몰입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는 그때 제 또래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아이가 느닷없이 ‘아빠 어릴 때에는 어떤 영화가 재밌었어?’라고 묻더군요. 저는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에 관해 설명하며 사운드트랙을 들려주었습니다. 이후 아이는 매일 고스트버스터즈 주제가를 들으며 따라 부르는가 싶더니, 심지어 자신이 들어본 음악 중 가장 좋다고 말합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요즘 매일 고스트버스터즈의 사운드트랙을 듣고 있습니다. ‘들어야 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음악을 거의 매일 듣고 있음에도 의외로 질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음악을 만드는 직업을 사진 사람이기에 한 곡을 오랜 시간 만들어 녹음을 거쳐 반복해 들어가며 완성시키는 과정은 항상 겪어야 하는 숙명 같은 것인데요. 그래서인지 일상에서 특정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것은 제가 무척 꺼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 사운드트랙과 특히 주제가를 재미있게 듣게 되는 것은 어린 시절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의 흥미로움이 느껴져서입니다.

싱어송라이터 레이 파커 주니어(Ray Parker Jr.)의 주제가는 지금 들어도 무척 흥겹습니다. 곡의 구성이 꽤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신시사이저의 음색과 멜로디는 서사적인 상상을 자극합니다. 음악 속에서 영화나 소설에서나 느낄 수 있는 유머와 서스펜스를 체험하게 합니다. 세대를 건너뛰어 함께 춤출 수 있게 하는 음악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지요.

레이 파커 주니어 노년의 라이브 클립을 보며 그의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 연주자인지 알게 됩니다. 또 그의 음악이 블루스에 뿌리를 두었던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데요. ‘고전적 장르를 당시에 이렇게 창의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었다니’ 요즘 다시 만난 이 음악을 들으며 저는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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