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들개로… 누가 괴물을 만들었나?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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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랑켄슈타인/메 글·그림

그림책 <나의 프랑켄슈타인>은 들개가 된 유기견을 통해 인간이 행한 ‘폭력’을 들여다본다. 길벗어린이 제공 그림책 <나의 프랑켄슈타인>은 들개가 된 유기견을 통해 인간이 행한 ‘폭력’을 들여다본다. 길벗어린이 제공

그 작던 강아지를 누가 들개로 만들었나?

처음에는 귀엽다고, 예쁘다고 좋아했다. 그러다 시끄럽게 짖는다고, 대소변을 못 가린다고 귀찮아한다. 살아있는 생명인데 예쁠 때가 있으면 미운 순간이 있을 수 있음을, 익숙해질 때까지 가르치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그렇게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늘어나고 있다.

그림책 <나의 프랑켄슈타인> 표지. 길벗어린이 제공 그림책 <나의 프랑켄슈타인> 표지. 길벗어린이 제공

버려진 개와 주인에 관한 이야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만든 사람

‘소리 없는 폭력’에 대한 사과 담아

<나의 프랑켄슈타인>은 버려진 개와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한 남자가 산을 오른다. 저녁이 되어 그는 텐트를 치고 잠이 든다. 그때 이글거리는 붉은 눈을 가진 들개 한 마리가 다가온다. 다음날 남자는 수풀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들개를 발견한다. 도망치는 들개의 뒷모습에서 과거의 시간이 떠오른다.

남자의 아버지가 길에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왔다. 하지만 강아지는 낯선 곳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강아지에게 화를 내고, 시끄럽다고 성대수술까지 시킨다. 무기를 든 아버지 앞에서 강아지는 더 공격적으로 변한다. 결국 강아지는 아버지 차에 실려 도시 밖 외딴곳에 버려진다.

버려진 개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길고양이, 반려견, 가축, 시민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제주도에서는 지난 3년간 들개가 가축을 습격한 피해가 40여 건이나 발생했다. 대도시 재개발 지역이나 등산로에서도 들개가 발견된다. 일부 지자체는 들개 포획사업까지 진행하고, 들개를 만났을 때 대처법을 안내할 정도다.

<나의 프랑켄슈타인>은 작가 공동체에서 활동하며 만화책을 만든 메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그는 “우리 기억 속에 있을지 모르는 버려진 존재,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며 이 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괴물을 떠올린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이다.

그림책 <나의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길벗어린이 제공 그림책 <나의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길벗어린이 제공

그림책 속 남자는 들개를 쫓기 시작한다. 나무에 걸린 들개의 털을 발견하고 발자국을 추적한다. 남자는 절벽 끝에 선 들개와 마주하게 된다. 으르렁대며 거칠게 이빨을 드러내는 들개. 남자는 들개에게 말한다. “미안해.” 이 말에는 강아지에 대한 폭력과 강아지가 버림받는 것을 외면했던 일. 그래서 강아지가 들개가 되도록 만든 일에 대한 사과의 마음이 담겼다.

개는 붉은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지나쳐 달아난다. 남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절벽을 바라본다. ‘가여운 나의 프랑켄슈타인, 너를 떠올리면 아직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해. 어쩌면 나는 너에게 괴물이지 않았을까?’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또 다른 괴물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프랑켄슈타인임을 각성하지 못한 채. 메 글·그림/길벗어린이/52쪽/1만 4000원.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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