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크다” 보험사들, 실손보험 사실상 판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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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는 예비 가입자들의 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와 함께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입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변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심지어 가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동양·ABL생명, 가입 중단
교보·한화생명은 조건 강화
‘문턱 높이기=포기’로 풀이
다른 보험사도 유사 조치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실손보험 가입을 문의하는 고객에게 “2년 내 병원 진료를 받았다면 가입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수술이나 만성질환 등 중증 질환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 감기몸살이나 소화불량, 가벼운 외상 등으로 인한 외래 진료라고 하더라도, 2년 내 단 한 차례만 해당 진료를 받았다면 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한화생명도 2년 내 병원 진료 이력이 있는 경우에 대해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실손보험의 심각한 적자 탓에 최근 가입 조건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양 보험사의 설명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실손보험 ‘가입 조건 강화’을 두고 사실상 실손보험 ‘판매 포기’와 같다고 해석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년 내 1회 외래 진료만으로도 가입을 거절한다는 것은 사실상 실손보험을 팔고 싶지 않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며 “대형 보험사로서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신규 계약을 기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기존 실손보험이 보험사에 끼친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뿐만이 아니다. 다른 보험사도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가입 문턱을 대폭 높였다. 삼성화재는 최근 2년간 진단·수술·입원·장해·실손 등 명목으로 받은 보험금이 모든 보험사를 합쳐 50만 원을 초과한다면 이달부터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 지난달까지 그 기준 금액이 100만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가입 기준이 훨씬 더 엄격해진 셈이다. 삼성생명도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수령액이 100만 원을 넘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조건을 최근 심사 기준에 추가했다.

일부 보험사는 아예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달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실손보험 취급을 각각 중단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한 생명보험사는 모두 7개 보험사에 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1·2세대 실손보험 상품의 손실이 워낙 크다 보니, 새로운 4세대 보험의 경우 신규 가입자에게 점점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4세대 출시나 기존 상품 가입자의 전환 일정은 부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인터넷 채널에서 ‘개정 작업’을 이유로 오는 19일까지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한화생명도 온라인 채널 판매는 오는 20일께 재개할 예정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 NH농협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은 이달 중이나 다음 달부터 기존 1∼3세대에서 4세대로 ‘갈아타기’가 가능해진다.

김종열·이주환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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