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시작됐는데… 지난해 악몽 시달리는 동천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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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폭우로 막대한 범람 피해를 입은 동천 인근 주민들은 올해도 ‘인재’가 반복될 것이라며 불안에 떨고 있다. 장마철이 시작됐지만, 부산시가 뾰족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동천 범람으로 접수된 소송 건수는 33건이며, 범람 피해 구상권으로 청구된 금액은 약 3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10일과 23일 폭우로 동천은 두 차례 범람했다. 당시 집중호우로 시간당 최대 50mm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인근 주택가와 상가등이 속수무책으로 물에 잠겼다.

1년 전 폭우로 2차례 범람 ‘인재’
피해 소송 33건·구상권 30억 원
‘화근’ 가물막이는 철거했지만
퇴적물 준설 여전히 걱정거리
용역 결과도 대부분 장기 대책

주민들은 ‘작년과 같은 피해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를 강하게 나타냈다. 부산시에 범람 피해 소송을 낸 한 제조업체 대표 정 모(56) 씨는 최근 장마철에 대비해 공장의 모든 물건들을 높은 곳에 쌓아두고 있다. 선박용 펌프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정 씨는 지난해 동천 범람으로 설비가 침수돼 이를 전량 폐기하고, 지게차 등 기계가 고장나면서 부산시에 청구한 피해액만 12억 원에 달한다. 정 씨는 “동천 범람은 지난해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일어날 문제인데, 부산시가 1년 간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는지 모르겠다”며 “부산시가 대책을 내놓지 않아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인근 주민들이 알아서 대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발생한 동천 범람은 ‘인재’로 드러난 바 있다. 부산시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한 ‘동천 범람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동천 개수로 구간에서 가물막이 시설이 동천 범람 가능성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범람 당시 동천에는 수질 개선을 위한 해수도수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해수도수 수로를 설치하기 위해 흐르는 물을 막으려 임시로 만들어둔 댐(가물막이)이 물길을 좁혔던 것이다. 흐름이 거세진 물은 범람하면서 인근 주택과 업체를 덮쳤다. 범람 이후 부산시는 가물막이 시설을 철거했지만, 그 이외 하천 준설 작업 등 당장 올해 장마철을 대비할 수 있는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은 하류 강바닥에 오랫동안 쌓인 퇴적물이 이번 장마철에 ‘제 2의 가물막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동천은 10년간 수질 개선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때문에 동천 하류 강바닥에 퇴적물이 쌓였다는 것. 지난해 가물막이 시설이 수로를 좁혔던 것처럼 강바닥에 쌓인 퇴적물이 또 한번 수로를 좁혀 호우가 내리면 하천이 쉽게 넘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산시의회 김진홍 의원은 “지속적으로 하천 바닥 문제를 지적하지만 준설 등 당장 침수피해를 줄일 수 있는 조치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동천 인근 주민 김자연(67) 씨도 “퇴적물을 걷어내지 않으면 작년과 똑같이 하천이 넘칠 것이라고 주민들 모두 걱정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동천 범람 연구용역 결과 따라 향후 대책을 수립 중이라는 입장이다. 당장 장마철이 코 앞인데 이렇다 할 범람 방지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부산시 물정책과 관계자는 “부산시가 관리하는 하천만 45개라, 관할 구·군에서 준설 등이 필요하면 예산을 요청한다”며 “동천 준설 작업에 대한 예산 요청이 지난 1년 없어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동천 범람을 확실하게 막을 대책을 논의 중이며, 범람 피해 소송에 대해서도 범람 인과관계를 확인한 뒤 피해 규모 등을 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년 동천 범람 이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부산시에 대해 시의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지난 1년간 부산시가 내놓은 범람 대책은 용역과 가물막이 철거 뿐인데, 용역 결과도 대부분 장기대책에 머물고 있다”며 “다가오는 장마철 당장 주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킬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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