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기 힘든 외딴곳서 ‘홀로 고고성’ 구포장터 3·1만세운동 기념비 잊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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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3대 만세운동 중 하나인 구포장터 3·1 만세운동을 기리는 기념비가 접근성이 떨어져 시민에게 잊힐 위기에 처했다. 기념비 건립 이후 인근에 도로와 도시철도가 들어섰기 때문인데,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접근성이 높은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로에 갇히고 조경수에 가려
접근성 높은 곳으로 이전 여론

지난달 30일 부산 북구 구포동 강둑에 위치한 구포장터 3·1 만세운동 기념비. 취재진이 이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기념비 앞에는 왕복 8차로 낙동대로가, 뒤에는 강변대로가 있었다. 비석 정면에 있는 계단은 인도 대신 차로와 연결돼 실제로 사람이 이용할 수 없었다. 또 기념비 앞이 조경수로 반쯤 가려져 있어 발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이곳은 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 3번 출구와 연결된 낙동강하구 생태탐방로를 이용해서만 올 수 있다. 구포역에서 사상구 방향으로 약 300m 거리다. 인근에는 기념비에 대한 안내 표지판이나 이정표도 없었다. 김 모(42·북구) 씨는 “강변길 인근 산책을 많이 하는데 기념비인 줄은 알았지만, 3·1운동을 기념한 것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구포장터 만세운동은 1919년 구포 장날인 3월 29일 구포 일대에서 일어난 만세 운동이다. 당시에 주민 1200~2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며, 시위 군중 9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 부산 북구청은 광복 50주년인 1995년에 이곳에 기념비를 세웠다. 기념비에는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재판에 회부된 42명의 이름을 새겼다. 높이 5.45m로 거북 형상 위에 비석을 얹은 모양이다. 당시에는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구포 강둑에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2005년 도시철도 구포역이 개통된 후 생태탐방로를 제외하고는 도보나 자가용으로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주변에 주차장이나 접근 도로 등이 없어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다.

김봉국 낙동문화원 사무국장은 “낙동문화원이 매년 삼일절 행사를 이곳에서 열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면서 “구포 장터나 구포역 만세거리 등 만세운동이 발생한 곳 인근에 기념비가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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