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헌법 바꾼다”… 칠레 제헌의회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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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시절 제정된 현행 헌법을 버리고 새 헌법을 만들기로 한 칠레가 4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의 옛 국회의사당에서 출범식을 열고 새 헌법 초안 작성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원주민 출신 롱콘 의장 선출
1년 기한 새 헌법 초안 작성

이날 전체 의원 155명 중 96명의 지지를 얻은 원주민 마푸체족 출신 산티아고대 교수인 엘리사 롱콘 의원이 제헌의회를 이끌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날 마푸체족 전통의상을 입고 마푸체 언어로 인사말을 꺼낸 롱콘은 “제헌의회가 칠레를 바꿔놓을 것”이라며 투명한 제헌 과정을 약속했다.

새 헌법 제정은 2019년 10월 칠레 전역을 뒤흔들었던 사회 불평등 항의 시위의 결과물이다.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이 촉발한 당시 시위에선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1973∼1990년)인 1980년 제정된 현행 헌법을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현 헌법이 사회 불평등과 부조리의 뿌리라는 것이다.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정치권은 새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에 합의했고,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국민의 78%가 피노체트 헌법 폐기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했다. 이어 지난 5월 투표를 통해 제헌의회가 구성됐다.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과 변화를 향한 열망을 반영하듯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했고, 우파보다 좌파가 강세를 보였다. 남성 78명, 여성 77명으로 성비 균형을 맞춰 구성됐고, 155명 중 17명은 원주민 몫으로 할당됐다. 변호사부터 교사, 주부, 배우, 작가 등 직업군도 다양해졌다. 의회는 최대 1년에 걸쳐 헌법 초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후 국민투표를 통해 새 헌법으로 받아들일지 결정하게 된다. 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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