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자금도 마다한 ‘침체일로 부산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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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업종별 정책자금 수혈이 크게 늘었지만, 업황 부진이 심한 부산 제조업계에 수혈된 자금은 타 지역에 비해 크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자금 공급이 부족했다기보다 자금 수요조차 메마를 정도로 부산 제조업이 침체일로를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를 포기한 기업이 늘었다는 방증인데, 자금이 부족한 상황보다 더 시급한 상황인 셈이다.

지난해 은행 대출잔액 증가율
부산 3.9% 그쳐… 전국은 8%
장기간 침체로 자금 수요 메말라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산지역 제조업 자금조달 특징 및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지역 제조업체의 지난해 기준 예금은행 대출잔액 증가율은 3.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각 산업계에 정책자금이 대거 수혈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출잔액이 3.9%밖에 늘지 않은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같은 기간 전국 제조업체의 대출잔액 증가율은 8.0%로 부산의 2배 이상이었다.

보고서는 부산지역 제조업에 장기간 이어져 온 성장 침체가 자금 수요마저 얼어붙게 만든 것으로 해석했다. 투자를 꿈꾸기도 어려우니 그만큼 자금이 필요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부산 제조업의 대출 증가율은 2010년대 중반 이후 급감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부산 제조업의 침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부산 제조업의 시설자금 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2.1%로, 직전 5년간의 연평균 15.1%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 같은 기간(2016~2020년) 전국 연평균 증가율(4.7%)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편 투자활동의 위축으로 자금 대출은 타 지역에 비해 줄었음에도 정작 유동성 위기 우려는 타 지역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부산 제조업의 잔여만기 1년 미만 유동부채 비중은 2015년(72.9%)보다 2.1%포인트 늘어난 75.0%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이 67.4%에서 67.8%로 소폭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유동부채 비중도 상대적으로 클 뿐만 아니라 증가세도 가파른 셈이다. 그외 부산 제조업의 경우 자기자본 증가율 역시 지난 5년간 +4.2%로 전국(+6.2%)에 비해 미흡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부산 제조업의 업황 부진 장기화로 자금 수요가 둔화되고 자금의 효율성도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시적 유동성 위기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회생불능 기업에 대한 건설적인 구조조정을 재개해 자금 지원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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