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19일 코로나 방역 규제 해제 의료계 “후회할 날 올 것” 경고장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국 정부가 오는 19일부터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로 인해 신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느는 상황에서 규제를 전면 해제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5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잉글랜드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과 1m 이상 거리두기 등의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는 계획대로 7월 19일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 결정은 최신 데이터 검토 후 12일에 한다”고 말했다.

하루 신규 확진 5만 명 예상돼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 없애
극장 등 수용 인원 제한도 철폐
국민보건서비스 “경악스럽다”
임상역학자도 “비윤리적 결정”


방역 규제가 해제되면 대중교통·상점 등 실내에서 마스크를 써야 할 의무가 사라진다. 실내외 모임 규모와 식당, 극장, 스포츠 경기 등의 수용인원 제한이 사라지고 입장 시 큐알(QR)코드를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나이트클럽을 열 수 있게 되고 결혼식·장례식 참석 인원 제한도 없어진다.

교내 감염시 자가격리와 한국 등 황색 국가(입국시 자가격리가 필요한 국가)에서 입국한 백신 접종자의 자가격리 면제와 관련한 대책은 추후 발표된다.

영국 정부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애는 대신 복잡한 실내에선 마스크를 계속 쓰는 등 책임 있는 행동을 하라는 권고를 내릴 방침이다. 오는 19일께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 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날 신규 확진자는 2만 7334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9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규제를 해제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의료계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들 상당수는 폭발적인 감염 증가를 우려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의학협회(BMA) 찬드 나그폴 회장은 별도 성명을 통해 “중대 시국에 정부가 그간 이뤄놓은 방역 성과를 수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촉구했다. 그는 환자 10명 중 1명꼴로 코로나에 따른 후유증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경증 역시 심각한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주드 디긴스 왕립간호협회 회장 역시 “정부가 이번 결정으로 잘못된 신호를 줬다고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런던 퀸메리 대학의 임상역학자인 딥티 구르다사니 박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단기적인 경제 효과를 우선시하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지속적으로 무시해 왔다. 이번 발표는 비윤리적인 것”이라며 “코로나19는 감기가 아니다. 어떤 감기가 16개월 만에 40만 명에게 만성 장애를 남기느냐”고 소리 높였다.

가디언은 방역 일선을 담당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가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은 올해 1월 초 강력 봉쇄를 시작했으며 단계적 해제 로드맵에 따라 당초 지난달 21일 모든 규제를 풀 예정이었다. 그러나 델타 변이가 퍼지자 일정을 4주 연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