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시행?… 지역 소기업 “일감 없어 40시간 단축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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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무하려고 일부러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일감이 없어 저절로 주 40시간 단축 근무를 해야 할 처지입니다.”(자동차부품업체 A사)

“직원 20%가 외국인 근로자인데 이들 중에는 근로 시간이 줄면서 임금도 줄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금속가공업체 B사)

지난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게 된 부산의 5인 이상, 50인 미만 소기업들은 제도 시행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52시간 근무제에 충실히 대비한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 등에 따른 불황 때문에 아예 일감이 부족해져 굳이 잔업 등 추가 근무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부산상의, 70여 곳 모니터링
코로나19로 되레 시간 줄어
임금 줄자 외국인 근로자 이탈
“일감·구인 등 애로 많다” 하소연
경기 회복 대비 대응 필요 지적

하지만 각 기업은 주52시간 시행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향후 경기 회복으로 업황이 좋아진다면 수면 아래 잠긴 문제들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부산의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 70여 곳에 대해 긴급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대상 기업 대부분은 코로나19 사태로 상당한 타격을 받아 일감이 크게 줄면서 잔업 등 추가 근무 자체가 필요 없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기준 지역 내 5인 이상, 50인 미만 소기업은 전체 사업체의 18%, 근로자 수는 38.4%다.

모니터링 참여 소기업 대부분이 A사처럼 불황으로 인한 일감 부족을 겪고 있어 굳이 주52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준비가 잘된 것이 아니라 일감이 줄어 주 52시간 이하로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산상의는 제도 적용 전 진행된 정부 조사에서 소기업 90% 이상이 주52시간제 준수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이들 소기업은 주52시간 근무제 준비에는 현실적인 애로가 많다는 반응이 많았다. 금속가공업을 하는 C사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사전 신청이 필요하고 특별연장근로도 요건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화학제품 제조업체인 D사는 “소기업 여건상 일감이 일정하지 않아 조업시간 조정이 어렵고, 구인난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는 것도 역부족”이라고 응답했다.

이들 소기업은 주52시간제가 향후 근로자 이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을 줄여야 하지만 소기업들로서는 이를 보전할 방법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소기업에서는 잔업이 줄어 임금이 감소하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이탈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향후 업황 회복으로 일감이 늘어났을 때를 걱정하는 소기업도 적지 않았다.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E사는 “앞으로 일감이 늘어나도 근무시간을 크게 늘릴 수 없으면 생산량 역시 늘릴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F사는 “외부에선 잘 모르겠지만 소기업들은 하루 일감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일감이 늘어난다고 해도 근무시간 관리를 할 수 없는 처지”라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상의 경제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 “향후 경기회복이 될 경우 소기업들의 52시간 근무제 영향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보나 대처 능력이 취약한 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각종 보완책을 마련하는 한편, 기존 정부 지원책을 알리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종사자 수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주52시간 근무제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다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 말까지 주당 8시간 추가 특별인가연장근로를 허용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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