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간소화… 도심 수소충전소 건립 갈등 더 꼬이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기피 시설’로 거론되는 수소충전소 건립을 두고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진다. 최근 환경부가 수소충전소 건립 활성화를 위해 인허가 간소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업자를 대신해 환경부가 인허가 절차를 대행하는 이 제도로 인허가를 담당하는 지자체가 반대하는 주민보다 추진 의지를 가진 정부 눈치를 더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부산시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부산 남구와 사상구에 ‘수소충전소 설치 민간자본 보조사업’이 시행된다. 이는 환경부와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추진하는 공모사업으로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는 사업자에게 국가가 설치비용의 최대 70%를 지원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4월 부산 남구 용당동, 사상구 학장동을 포함한 우선협상대상자 16곳을 선정했다. 사업자는 내년까지 해당 부지에 수소충전소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환경부가 사업자 대신 절차 대행
설치 활성화 위해 14일부터 시행
허가권자 지자체 정부 눈치 신경
주민 반대 의견 묵살될까 우려도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남구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수소충전소의 위험성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건립 추진 사실을 알게 됐다며 사업이 진행된다면 강력히 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태 용당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업체나 일부 언론에서는 수소충전소가 안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당 부지 주변에는 주유소도 있어 사고가 발생하면 큰 피해가 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항의했다. 또 그는 “남구청 측이 주민 반대를 무시한 채 충전소 설치를 추진한다면 모든 걸 제쳐두고서라도 사업을 막을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구의회 김철현 의원도 “구의회에서조차 사업신청이 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주민동의 없이 사업이 이뤄진다면 구의회 차원에서도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수소충전소 건설을 놓고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이지만 환경부는 수소충전소 구축을 가속화한다며 이달부터 충전소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를 추진한다. 기존의 경우 수소충전소를 설립하기 위해 사업자가 지자체에 건축허가, 고압가스 제조허가 등을 받아야했지만 제도가 시행되면 환경부가 사업자 대신 인허가 절차를 수행하게 된다. 관련 시행령은 이달 14일부터 2025년까지 적용된다. 환경부는 “지자체의 소극행정에 따른 사업 추진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도입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 제도로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인허가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일선 구청에서도 주민수용성보다는 환경부의 사업승인 압박을 더 신경 쓸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온다. 남구청 한 관계자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주민민원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환경부가 주축이 되어 인허가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면 민원을 대하는 방식도 예전과 달라질 것”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동구 좌천동에서 수소충전소 건립 사업이 추진됐지만, 강한 주민 반대가 이어졌다. 결국 구청이 인허가를 하지 않아 사업이 무산됐다.

환경부는 간소화 제도가 주민수용성을 무시하는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수소모빌리티혁신추진단 관계자는 “인허가 의제는 자치단체로부터 허가 권한을 뺏는 조치가 아니라 자치단체와 허가 사항을 협의해 나가는 제도”라면서 “주민과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협의대상 중 하나”라고 밝혔다.

손혜림·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