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청년 해외취업 길 막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기도 평택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 모(30) 씨는 일본에서의 직장생활을 꿈꿔 왔다. 어릴 적부터 본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계기로 그는 일본 문화에 빠져들었다. 김 씨는 대학 2년 내내 일본 IT 회사 취업을 착실하게 준비했다. 일본어 자격증을 따고 일본 회사의 화상 가상 면접도 몇 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김 씨의 생활은 멈춰 버렸다. 해외여행조차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외 취업은 꿈꾸기 어려웠다. 1년간 고전하던 그는 결국 고향인 부산을 벗어나 경기도 평택의 한 공장 사원으로 입사했다. 김 씨는 “일본 취업만을 바라보고 준비해 온 스펙은 한국 대기업 입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더 이상 경제적 여유도 정신적 여유도 없어 차선책으로 중소기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2년간 日 IT회사 취업 준비 30대
하늘길 막히며 국내 중기 ‘유턴’
1년여 해외 취업 공고 소식 없어
최근 온라인 설명회 성황 현실 반영
대학들도 취업 늦어져 ‘전전긍긍’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들이 발목이 잡히고 있다. 코로나 쇼크가 국내 취업 시장을 넘어 해외 취업 시장까지 덮치면서 가뜩이나 좁은 청년들의 취업문이 더 좁아지고 있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5월 28일 개최한 ‘2021 부산청년 해외취업 설명회’에는 예상인원의 4배가 넘는 청년들이 참여했다. 이번 설명회는 코로나19로 해외취업의 길이 막힌 청년들을 위해 준비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설명회에는 당초 5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000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늘길이 막힌 데다, 해외 취업 정보길마저 막힌 청년들의 답답함이 해외 취업 설명회에 대한 뜨거운 열기로 드러난 것이다.

부산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백 모(26) 씨도 사정이 비슷하다. 평소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준비해 왔던 백 씨는 서울로 가 지난해 7월 정부 지원 해외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러나 5개월간의 연수가 끝나고도 해외 취업 공고는 뜨지 않았다. 취업준비생 홍 모(23) 씨도 기약 없는 해외 취업을 준비만 한 지 1년이 넘었다. 해외 취업을 위해 영어인터뷰 스터디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언제 공고가 뜰지 알 수 없다.

학생들의 해외 취업길이 막힌 대학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동서대 장제국 총장은 “해외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내에서 해외 인턴십이나 연수 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 취업공고가 나지 않거나 채용 연기가 계속돼 활동 동력이 줄었다”며 “학생들의 취업 시기가 계속 늦어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해외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은 부산이 유독 높다. 교육부의 ‘졸업생 취업현황’ 공시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중 해외 취업자가 가장 많은 10곳 중 6곳이 부산 지역 대학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 취업 열기가 열악한 부산의 일자리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 청년의 ‘취약 일자리’(임시·일용직 등) 비중은 44.3%로 전국(39%)에 비해 높다.

이에 대해 부산시 청년희망정책과 관계자는 “해외 취업에 청년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서 올 하반기에도 해외 취업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은샘·손혜림 기자 iamsa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