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열풍에 사라진 통학로… 학생 등·하교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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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재개발 열풍에 학교 통학로가 위협받고 있다. 학교 측은 구청에 안전대책을 요구하지만, 구청은 조합에 책임을 미루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교육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사업지 인근 학교의 안전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재개발이 이루어질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안전과 학습권 침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7일 부산 동래구청에 따르면 안락동 일대에 ‘안락1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은 동래구 안락동 인근에서 약 1400세대 규모로 지하 3층~지상 38층 높이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조합 측은 오는 12월까지 철거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충렬중·고 비롯 학교 밀집 지역
안락1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인도 없어져 차도로 등·하교
학교, 수차례 통학로 확보 요청
동래구청 ‘조합에 연락’ 타령만
양정1구역 등지도 상황 ‘유사’

공사현장 인근은 충렬고등학교, 충렬중학교 등 학교가 밀집된 지역이다. 학교 측은 공사로 인해 통학로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통학로 마련과 공사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오전 10시께 방문한 충렬고등학교에서는 공사 현장과 맞은편에 불법주차된 차량때문에 학생들이 차도로 통학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학교 주변에는 인도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학교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은 차량을 피해 차도 한가운데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지난 6월에는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900명 이상의 서명이 담긴 단체민원도 제출했다.

동래구청 측은 공문을 통해 조합이 통행로를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이 요구하는 불법주정차 단속에 대해서도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단속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동래구청의 소극적인 태도에 학교와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충렬고 김홍경 행정실장은 “작년부터 구청과 조합 측에 10 차례 공문을 보내 민원을 제기했지만 어느 곳도 통학로 확보 일정을 약속해주지 않았다”며 “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텐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충렬고등학교 인근 이외에도 부산 시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인근에는 통학로 안전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최근에는 부산진구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지인 양정1구역, 양정2구역 인근의 여러 학교와 연제구 계성여고 인근 재개발 사업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교육환경영향평가 실시 대상이 아닌 학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17년부터 학교 주변에서 정비사업이 이뤄질 경우 유해시설 사전 차단, 소음·진동 교육환경 검토 등을 평가하는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전에 사업허가인가가 내려진 지역은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안락1구역 재건축 구역을 비롯해 부산진구와 연제구의 재개발 사업지도 모두 교육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복해 불거지고 있는 안전과 학습권 피해는 학생들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인근 학교의 안전과 학습권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교육청 지원과 관계자는 “교육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된 이후로는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차원에서 학생들의 안전 문제 등을 살피고 있지만 실질적인 허가권을 가진 구청만큼의 권한은 없어 구청에 개선을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학생 안전이 우선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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