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넉 달째 박형준 시장, 재선 가도에 잇단 악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8일로 취임 넉 달째를 맞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재선 가도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새 시정 출범 후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주요 정책 공약 사업들이 줄줄이 차질을 빚는 데다, 지난 4·7 보궐선거 당시 여권의 집요한 공세 타깃이 됐던 ‘MB(이명박) 정부 국정원 불법사찰 연루 의혹’도 재점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김경협 정보위원장이 최근 국정원에서 제출받은 ‘4대강 사찰’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 6월 4대강 반대 인사 20명을 선정해 특별 관리하겠다고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이었던 박 시장에게 보고했다. 이에 박 시장은 같은 해 7월 ‘4대강 반대 인사 및 관리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대통령은 ‘전체 인물을 잘 관리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문건에 담겨 있는 것으로 지난 6일 전해졌다.

4대 강 사찰 보고 정황 문건 나와
엘시티 공익 환원 진정성 의심
1호 공약 어반루프 건설 제동
요즈마펀드도 성과 장담 못 해
승부수 ‘이건희 기증관’도 무산
시의회와 협치 ‘삐걱’ 시정 부담

지난 4·7 보궐선거 당시 박 시장은 여권의 불법 사찰 연루 의혹 제기에 대해 “관여한 적도, 알지도 못한다”고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하지만 박 시장이 국정원의 불법 사찰 정보를 보고받았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추가 조치까지 취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불거져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 측은 “대통령에게 보고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 정체 불명의 문건을 들고 나와 뒤집어씌우려 한다”면서 이를 야당 시장을 겨냥한 여권과 국정원의 정치 공작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진보당 부산시당이 7일 “박 시장은 반복되는 거짓말로 시민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라”며 시장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이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해당 문건의 신빙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박 시장의 정치적 리스크가 높아진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엘시티 가족 특혜 분양 의혹’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박 시장이 내걸었던 ‘공익 환원’ 약속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 처분이 미뤄지고 있는 까닭이다.

박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각종 현안 사업들도 번번이 제동이 걸리거나 무산되고 있다. 박 시장의 1호 공약이었던 어반루프 건설은 시의회에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주요 공약인 1조 2000억 원대 창업펀드 조성 역시 협약을 체결한 요즈마그룹의 펀드 운용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기대했던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박 시장이 ‘반전 카드’로 이슈 선점에 나섰던 이건희 기증관 유치 역시 문화체육관광부가 8일 건립 후보지를 서울로 낙점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부산외대 공영개발 부지 민간 매각과 KT 프로농구단 연고지 이전 등의 현안에서도 박 시장으로서는 체면을 구겼다.

이에 더해 최근 들어 시의회와의 협치 기조가 삐걱대는 점도 시정 동력 약화 우려를 낳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시적 성과가 절실한 박 시장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시장은 전국적인 인지도와 높은 시민 지지도를 감안할 때 내년 부산시장 선거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할 만한지만 지난 선거 당시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각종 의혹들이 재선 가도에 지뢰밭처럼 깔려 있다"며 "내년 국비 확보부터 2020 부산엑스포와 대기업 유치 등에서 자신의 무게감에 걸맞은 정치적 역량과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