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국민 기대에 찬물 끼얹어” “평생 서울 공화국 보고 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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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가칭·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가 서울로 결정되자 유치에 나섰던 부산·경남의 지자체와 문화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수도권 중심주의 틀에 갇힌 결정이라며 맹비난한다. 일부 지자체장은 문화체육관광부를 항의 방문까지 할 정도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를 서울로 발표하자 부산 해운대구, 동구, 중구는 일제히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이건희 기증관은 올해 5월 부산시를 시작으로 부산 해운대구, 동구, 중구 등 기초지자체가 유치에 뛰어들었다. 해운대구청은 중동 구청사 제공, 동구청은 부산역 건물 활용 등 구체적인 공간까지 제시했다.

부산·경남 지자체들 강력 반발
일부 지자체장 문체부 항의 방문
문화계도 “지역 의견 무시” 분통

기초지자체들은 수도권 중심주의 틀에 갇힌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지자체 수십 곳이 지역 유치를 원했는데 일언반구 없이 서울로 결정을 내리는 건 상식 이하”라며 “지방 분권을 부르짖은 정부 기조와 완전히 배치되고, 지역 지자체에 의견을 묻거나 정상적인 평가 절차도 거치지 않아 더욱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균형 발전에 대한 비수도권 국민들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며 “비수도권 국민들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권리를 무시한 처사”라고 밝혔다. 최진봉 중구청장도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 유치해야 한다”며 “이번 결정은 또 한번 서울 중심주의를 부추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건립 반대 운동도 불사하겠다며 공모 방식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순헌 청장은 8일 오전 11시 문화체육관광부를 항의 방문하고, 1인 시위 등도 고려한다. 최형욱 청장은 “2030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운동과 함께 이건희 기증관 서울 유치 결정 반대 운동도 고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추진위원회도 7일 오후 창원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 발표는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표방해 온 현 정부의 자기 부정이며,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는 망국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고 이병철 회장의 고향인 의령군은 “정부의 이건희 기증관 서울 건립 결정은 지방은 안중에도 없고, 배려도 없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다른 지자체와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령과 함께 공동 유치 전선을 펼쳤던 진주에서도 조규일 진주시장이 7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 시장은 “이번 결정은 지역의 문화균형발전 촉진을 통한 문화분권과 문화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시대적 요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단지 현재의 문화환경과 여건만을 고려해 판단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문화계도 반발한다. (사)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오수연 회장은 7일 “입지 선정을 공모 절차를 통해 진행하자는 지역의 의견을 완전 무시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오 회장은 “일방적으로 후보지를 서울로 한정해서 발표하는 것은 평생 ‘서울 공화국’을 보고 살라는 것”이라며 “이러니 지역 청년들이 기를 쓰고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부산미술협회 박태원 이사장은 “뜨거운 이슈가 됐으면 적어도 지역 입장을 반영하는 액션이라도 취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절차도 없이 완전히 정치 논리로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산미술협회는 곧 회의를 열어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우영·이성훈·오금아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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