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마저… “문재인 정부도 서울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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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서울로 후보지 압축하자 “비수도권 국민 자존심 짓밟아” 부산 등 전국서 저항 운동 돌입 박 시장 “방침 철회” 강력 촉구 남부권 시·도와 공동 대응 추진

정부가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가칭·이하 ‘이건희 기증관’)’ 지역 유치로 상징되는 비수도권의 균형발전 염원을 끝내 뿌리쳤다. 이건희 기증관을 서울에 두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곧바로 지역 곳곳에서 저항이 들불처럼 번진다. 지역 연대 투쟁도 고개를 든다. 이번 결정은 지역 무시를 넘어 비수도권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서울로 후보지 압축하자
“비수도권 국민 자존심 짓밟아”
부산 등 전국서 저항 운동 돌입
박 시장 “방침 철회” 강력 촉구
남부권 시·도와 공동 대응 추진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은 7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2곳으로 압축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국립중앙박물관장,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영나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도 참석했다.

문체부는 올 4월 28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2만 3181점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증한 이후 미술관 건립 후보지 등을 검토해 왔다.

황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 2곳에 대해 “위원회에서 총 10차례 논의를 거쳐 기증품 활용에 대한 주요 원칙을 정립하고 단계별 활용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나 위원장은 “많은 종류의 기증품을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서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과 현대미술관의 경험과 인력이 필요하다”며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시 중심인 송현동이나 용산이 최적 장소”라고 밝혔다. 최종 부지 선정은 올해 안에 이뤄지고, 완공은 2027~2028년으로 예상된다. 문체부는 지역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건희 회장 기증품 지역 순회 전시를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안도 제시했다. 황 장관은 “기증관을 중앙에 세우되 지역 거점 미술관, 박물관 등과 연결해 주요 작품을 순회 전시하도록 설계한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 직후 전국에서 반발과 저항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건희 기증관 유치와 공모를 일찌감치 제안했던 박형준 부산시장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박 시장은 즉각 남부권 광역단체장들과 소통하며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부산시도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정부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 수십 개 지자체가 문화 균형발전에 대한 여망으로 지역 유치를 간절히 원했는데 그 흔한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렸다”면서 “대한민국은 서울밖에 없습니까? 한국의 관료 행정이 얼마나 서울 중심주의와 수도권 일극주의에 물들어 있는지를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또 “지역민의 심판이 두렵다면 그릇된 결정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시민들과 문제를 공감하고 뜻을 함께 모으는 방안도 고민하는 한편 부산에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을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부산시의회도 이날 신상해 의장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결정을 철회하고 국민 행복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기증관을 비수도권이 유치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부산과 경남의 기초지자체와 문화계도 일제히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반발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문체부 앞에서 1인 시위까지 고려한다.

박세익·남유정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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