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삶 위해 ‘자산 늘리기’에 관심 많은 MZ세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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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 이혜미

‘요즘 애들’이긴 하지만 자신은 결코 MZ 세대의 대표일 수도 MZ 세대를 대변할 수도 없다는 말로 시작한다.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는 ‘자본주의 키즈’인 저자가 세상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다. 상당히 모순적인 제목이지만 그마저도 ‘요즘 애들’의 특성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자본주의 노동자’이길 거부하는
‘요즘 젊은이’ 일과 삶에 대한 고민 담아

1989년생 부산 출신의 서울 거주 한국일보 7년 차 30대 기자. 저자 이혜미를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는 말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 왠지 그 설명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짧은 프로필로 설명할 수 없는 MZ 세대 저자가 일과 삶 그리고 돈에 대한 고민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MZ 세대이긴 하지만 때로는 고작 몇 살 어린 후배의 맹랑한 행동을 보며 마음속 ‘젊은 꼰대’가 고개를 든다는 저자. 어쩔 수 없는 사회인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저자가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 애들’인 ‘우리’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해 나간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규정한 ‘자본주의 키즈’는 “대한민국에 자본주의 경제가 정착한 이후에 태어나, 자본주의만을 경험하고 성장하여, 자본주의 논리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요즘 세대”(77쪽)를 일컫는다. ‘자본주의 키즈’라는 명명이 불편하고, 인간을 도구화하는 세상에 분노하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형태로 원하는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충분조건으로서의 돈”이자 “나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어적 수단”으로 자산 늘리기에 관심이 많은 세대의 특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MZ 세대가 ‘미라클 모닝’(이른 아침 일어나 자기계발을 하는 생활 습관)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단순히 자본주의 노동자로 ‘박정희식 근면 성실함’을 몸에 배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대신 저자는 “기존 질서가 요구하는 ‘평범성’과 ‘정상성’에 나를 끼워 맞춰 살지 않겠다는 단호한 목소리, 혹은 으레 주변 사람들이 요구하는 온갖 역할론에 휩쓸리지 않고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선언이라고 해석하면 과한 걸까.”(29쪽)라고 고민한다.

환경을 위한 소소한 실천, 일상 속 페미니즘, 인간의 권리만큼 중요한 동물권까지 세상사 다방면에 관심 많은 저자는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그렇게 하기 위해 집을 사고, 주식 투자를 하고, 운동과 명상을 하며, 글을 쓴다.

MZ 세대의 한 사람인 저자가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를 성찰하며 쓴 한 개인의 이야기지만, 어쩐지 ‘요즘 애들’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돼준다.

신문기자로 쪽방촌 탐사 보도 취재기를 다룬 <착취도시, 서울>에 이어 책은 저자의 두 번째 단독 저서다. 이혜미 지음/북항아리/272쪽/1만 4500원.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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