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집단 감염, 파병 군인 ‘백신 패싱’ 우려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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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인근에 파병된 문무대왕함(4400t급)에서 청해부대 승조원 68명이 코로나19에 집단 확진됐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승조원도 있어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아프리카 해역 인접 국가로 파견해 승조원 301명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로 했다.

승조원 300여 명 폭증 가능성
아프리카서 물자 적재가 원인
감염병 위기 관리 매뉴얼 없고
백신 맞지 못한 상태로 출항
현지 접종도 포기… 비판 고조
특수임무단 200여 명 탑승
공군 수송기 2대 현지 급파

■첫 확진 사흘 만에 68명 양성

18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문무대왕함에 근무 중인 청해부대 34진 승조원 총 301명 중 100명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61명이 추가 확진됐다. 문무대왕함에서는 지난 15일 6명, 17일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데 이어 18일 61명이 한꺼번에 감염돼 총 확진자 수는 68명으로 급증했다. 합참은 “현지 보건당국에 의뢰한 승조원 300여 명에 대한 PCR 전수검사 중 101명의 결과를 통보받았다”며 “기존 확진자 7명을 포함해 68명이 양성, 33명이 음성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통보 대상의 3분의 2가 확진된 것이다. 나머지 200명에 대한 PCR 검사 결과까지 나오면 확진자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군 안팎에서는 300여 명 승조원 대부분이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일부 현지 병원에 입원한 승조원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승조원이 여전히 문무대왕함 내에 머무르는 데다 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하면 음성 판정을 받은 승조원 중에서도 양성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미 함정 내 유증상자가 80여 명에 달하고, 승조원 전원이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다.

■수송기 2대 현지 급파

군 당국은 문무대왕함 내 집단감염이 확인되자 승조원들의 국내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원 전원을 국내로 복귀시키기 위한 작전을 ‘오아시스’로 명명하고 이날 오후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를 해당 지역에 급파했다. KC-330 2대에는 오아시스 작전 수행을 위한 200여 명 규모의 특수임무단이 탑승했다. 문무대왕함을 청해부대 34진 대신 한국까지 운항할 교체병력 148명과 방역·의료인력 13명, 지원팀 39명으로 구성됐다.

국방부는 수송기 2대에 승조원 300명 전원을 나눠 태워 국내로 이송할 계획이다. 수송기 이착륙과 수송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청해부대 34진 승조원들은 20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작전 인력은 이송 중 긴급환자 발생에 대비해 기내 산소통을 비롯해 충분한 의료 장비와 물자를 구비하고, 의료진이 동행해 현지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15명을 포함한 환자들을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다. 또 항공기 내 격벽을 설치하고 승무원 전원은 방호복을 착용하는 등 기내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을 강구했다고 국방부는 강조했다.



■부실 대응·백신 무접종 비판

올해 2월 아프리카 아덴만에 파견된 문무대왕함에서 사상 초유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데는 아프리카 현지 기항지에서 군수물자를 적재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방부와 합참이 작성한 ‘해외 파병부대 우발사태 지침서’에는 감염병 위기관리와 대처 부분은 빠져 있다. 300여 장병을 해외로 파병하는 데 백신 사전 접종은 물론 파병 이후에도 제대로 된 접종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청해부대 34진은 2월 8일 아덴만으로 출항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초도 물량이 도착하지 않은 시점이어서 청해부대원들은 백신을 맞지 못한 상태로 출항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청해부대 34진이 최초 백신 접종 대상 포함 여부를 검토할 당시 아나필락시스 등 백신 이상 반응이 발생했을 때 응급 대처가 제한되고, 함정 내 백신 보관 기준이 충족되지 않아 현지 접종이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군 당국은 정부가 백신을 계약할 당시 제조사가 국외 반출을 금지한 것도 청해부대원들이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군함은 국제법상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되는 만큼 제조사와 협상해 현지 접종 계획을 수립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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