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아즈너’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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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전당 내달 1일까지 특별전

할리우드 초창기에도 여성 감독이 있었다. 그는 편집자와 각본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다 감독으로 데뷔,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의 세계를 열어젖힌 도로시 아즈너(1897~1979)였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다음 달 1일까지 ‘도로시 아즈너 특별전’을 개최한다. 시네마테크는 2년 전 ‘여성 영화의 선구자들: 도로시 아즈너& 아이다 루피노’로 아즈너 감독의 영화를 소개한 적 있지만 이번에는 아즈너 감독의 영화 세계를 더 자세히 조명하기 위해 총 9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할리우드 초창기 유일 여성 감독
여성 캐릭터에 생명력 불어넣어
‘와일드 파티’ 등 작품 9편 소개

아즈너 감독은 1920년대 후반에서 1940년대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할리우드 유일의 여성 감독이다. 당시는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전환되던 시기로 그는 할리우드의 장르적 관습을 따르면서도 여성 감독만의 시각을 담은 작품을 줄줄이 내놨다.

여성의 성적 매력에 집중하기보다는 경제적으로 독립한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 사이의 우애와 신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는 발명가이기도 했다. 붐 마이크를 고안해 배우들이 마이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도왔다.

그는 독특한 이력으로 초창기 할리우드에서 유일한 여성 감독이 됐다. 아즈너 감독은 의대에 진학했다가 중도 포기하고 영화사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하다 영화 편집자가 된다. 1922년까지 50편이 넘는 영화를 편집하고 각본을 썼다. 그의 능력을 높이 산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가 그에게 연출의 기회를 준다.

첫 작품은 영화 속 여성의 패션을 보여주는 모음집 성격의 무성 영화 ‘여성의 패션’(1927)이었다. 1929년 파라마운트의 첫 유성 영화 ‘와일드 파티’를 만들며 실력을 알렸다. 이 작품에 처음으로 자신이 고안한 붐 마이크를 도입했다. 무성 영화 시대 스타 클라라 보우의 첫 유성 영화다. 발랄한 여대생의 사랑과 우정을 담았다.

이번 특별전에는 아즈너 감독의 첫 유성 영화 ‘와일드 파티’를 비롯해 유성 영화 9편을 볼 수 있다. 대공황 시대 뉴욕으로 건너온 자매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며 결혼 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워킹 걸즈’(1931), 알코올 중독자와 상속녀의 사랑과 방황을 그린 ‘우리는 즐겁게 지옥에 간다’(1932), 배우 캐서린 헵번이 자유로운 여성 비행사로 출연해 유부남 영국 정치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크리스토퍼 스트롱’(1933)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매춘부 나나가 배우 겸 가수가 되어 파리의 아이콘으로 거듭났지만 사랑을 믿지 않게 됐다는 내용의 ‘나나’(1934), 가정을 이끌며 남편을 조종하는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크레이그의 아내’(1936), 두 여성 댄서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며 겪는 우정과 갈등 등 여성의 감정선을 잘 드러낸 ‘댄스, 걸, 댄스’(1940)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시네마테크 관계자는 “도로시 아즈너는 여성 캐릭터에 풍성한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당대 연기자(특히 여자 배우)에게서 최상의 연기를 이끌어 낸 연출자였다”고 평했다. 김은정·김필남 영화평론가가 영화 해설을 맡았다. 관람료 7000원. 유료 회원·청소년·경로 5000원. 문의 051-780-6080.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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