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패 배김새 “새로운 춤의 길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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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습니다/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길에 나아갑니다(중략)/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내가 사는 것은, 다만/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의 시 ‘길’의 일부다.

부산 최초의 한국 춤 전공자들로 창단된 민간 예술 단체 춤패 배김새가 이번에는 ‘길’을 갖고 찾아왔다.

부산 첫 한국 춤 전공자 단체
23일 하늘연극장 36주년 공연
발자취·시대정신·융합·내일
크로스오버 창작무용 선사

춤패 배김새가 23일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 우동) 하늘연극장에서 36주년 정기공연을 선보인다. 이번에는 ‘길’을 보여준다.

통상 길은 서로 다른 장소를 연결해주는 통로이자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는 장소다. 길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연결해 새로운 만남을 만든다. 또 길은 사람으로서 지켜져야 할 도리의 길도 만들어낸다. 춤패 배김새는 윤동주의 시 ‘길’에서 연결과 소통·융합을 보았고, 니체의 영감이 ‘평범한 길’에서 떠오르고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다.

하연화 예술감독은 “대중과 함께 호흡해 온 배김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몸의 울림으로, 그리고 소리(음악)와 빛(조명과 영상)으로 보여주려 한다. 아울러 배김새가 걸어온 ‘길’을 통해 배김새의 발자취를 더듬고, 배김새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무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길’이 가진 연결성과 초월의 정신을 바탕으로 다시 도약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크로스오버 창작무용을 선보인다. 공연 시간은 60분.

이날 공연은 모두 네 개의 장(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제외)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배김새가 그려온 길을 잠시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어 1장 ‘길 위에서 만나고 소통하다’에서는 춤패 배김새가 부산의 지역 춤과 한국 전통춤을 연결해 주는 길(통로) 역할을 착실히 해왔음을 알린다. 그 길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연결해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낸다. 윤동주의 시 ‘길’의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라는 시구처럼, 배김새라는 길 위에서 부산이라는 지역과 한국 전통춤은 서로 연결되고 소통돼 현대적인 새로운 융합을 만들어 왔음을 춤으로 보여준다.

2장 ‘사람이 사는 길을 찾아서’에서는 사람이 사는 도리로서의 길을 찾고자 한 배김새의 정신을 춤으로 보여준다. 배김새는 원폭 문제, 정신대 문제, 환경문제 등에 대해 끊임없이 사색하고 그것을 주제로 춤을 추었다. 배김새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춤꾼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시대정신과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갖고 춤춰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춤출 것을 다짐하는 무대다.

3장 ‘크로스오버의 춤사위를 꿈꾸며’에서는 길이 가진 연결의 속성을 보여준다. 그게 예술로 구현될 때는 예술 장르 간 크로스오버가 된다. 배김새는 연결과 초월의 정신, 예술 장르 간 크로스오버, 대면과 비대면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춤 세계를 보여준다.

4장 ‘길 위에서 모든 것이 떠올랐다/바람이 분다’에서는 배김새가 늘 새로운 출발을 약속하며 길을 떠날 것이고, 길 위에서 새로운 만남을 꿈꾸며 사람들과 교류하고, 내일로 나아갈 것을 보여준다.

니체는 말했다. “심오한 영감의 상태, 모든 것이 오랫동안 걷는 길 위에서 떠올랐다”라고. 춤패 배김새는 길 위에서 길을 찾고, 왜 길을 걷는지조차 잊어버릴 때까지 ‘춤의 길’을 갈 것이다. 이게 36주년 정기공연 ‘길’이 전하는 메시지다.

무대에는 배김새를 창단한 최은희 총감독과 하연화 예술감독, 손미란 배김새 대표, 정미숙, 한수정, 김정원, 이화성, 장하나, 백소희, 이다영, 배정현, 이소윤(이상 배김새 단원) 등 부산의 춤꾼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새로 시작된다. 언덕을 넘고 산을 넘어서, 강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서…. 낯설지만 새로운 춤의 세계를 열어가는 것, 춤패 배김새의 몫이요 과제다. ▶춤패 배김새 36주년 정기공연 ‘길’=23일 오후 7시 30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전석 2만 원. 문의 010-8553-9882.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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