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 원전 확대가 비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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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논설위원

‘부흥(復興)’은 쇠퇴하였던 것이 다시 일어난다는 뜻이다. 일본이 하도 ‘부흥 올림픽’에 목을 매기에 사전을 찾아서 읽었다. 국제간호사연대(GNU)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올림픽 개최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다’는 올림픽 목적에 반한다면서 취소를 촉구했다. 많은 일본인들은 ‘누구를 위한 올림픽이냐’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작 스가 일본 총리는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부흥을 이룬 모습을 세계에 발신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감동을 전하는 기회가 된다”면서 도쿄 올림픽 사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 원전에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지만 안전 문제로 전면 중단됐던 일본 원전의 재가동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일본 부흥을 위한다는 이유다. ‘부흥’이란 단어에 ‘귀멸의 칼날’에 나오는 요괴라도 올라붙은 느낌이다.

불안한 도쿄올림픽 개막 다가와
일, ‘부흥’ 집착해 원전도 재가동

월성1호기 잘못은 바로잡아야
무턱대고 탈원전 반대 행보 우려

원전 이고 사는 부울경 처지 이해
비수도권 마음 얻는 비전 제시를


대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부산·울산·경남 공략도 뜨거워지고 있다. 야권이 민심을 오판하고 친원전 행보를 하지 않을까 우려되어 경고하고자 한다. 당초 20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리는 공식 지지 모임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부산본부’ 창립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행사는 언택트 방식으로 전환됐고, ‘윤석열, 과학기술과 법치,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념 토론회도 잠정 연기되었다. 토론회 연기가 윤 전 총장에게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친원전파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한수원 이사 출신의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한 신문에다 “탈원전은 국가의 자살이다”라고 밝힌 분이다. 두 번째 발표자인 한국원자력연구원 출신의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역시 “우리나라 탈원전이 장점을 스스로 파괴하는 자해 행위”라고 평가하고 있다. 세 번째 주제발표자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대표적 친원전주의자이다. 2017년 전문가 탈핵반대 선언을 주도했고, 지금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이 우리 국민에게 미치는 건강상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머지 토론자들도 친원전론자이거나 원자력 관련 사업자 일색이다. 토론은 찬성과 반대로 대립하는 두 편이 각자 주장하는 내용으로 설득하는 행위다. 원전처럼 찬반이 나뉘는 문제에 대해 같은 편만 모여서는 토론이 안 될 것 같다.

윤 전 총장은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월성원전 사건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무리하고 너무 성급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한 걸 보면 원전에 대한 입장이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정당성을 따지는 감사를 시작하면서 정부와 충돌을 빚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입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뒤집으려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정부가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월성1호기의 경제성 저평가를 전체 원전의 문제로 몰아 탈원전 정책을 철회시키려는 움직임은 다른 문제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해 유력 후보 전원은 원전을 축소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부산시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자립률을 ‘2030년 30%, 2050년 100%’ 달성하겠다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경선준비위원장인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2017년 시무식에서 밝힌 ‘클린에너지 부산’ 로드맵이다.

수도권과 달리 부울경 주민은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에 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렇게 심각한 원전 밀집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역의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로 뭉쳐진 부울경 민심이 박근혜 정부 시절 고리원전 1호기 폐로 결정을 이끌어 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비중을 줄이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데는 이런 부울경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우리 부울경은 원전 해체 시장을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탈원전 과정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곧장 친원전으로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교각살우다.

고리원전 3호기가 원인도 모르는 이유로 가동이 중단된 지 일주일이 넘었다. 올해만 해도 가동 중단이 벌써 네 번째니, 주민 입장에서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처리 부지가 없어 각 원전 부지에 임시 보관 중이다. 친원전론자, 일방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 후보라면 지역의 사정에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원전 확대가 과연 제대로 된 비전인지 더 고민하라.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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