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리원전 온배수 어민 피해, 보상 협상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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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고리원전 온배수 배출과 어업인 피해 조사’ 용역비 반환청구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고 한다. 한수원이 국립대인 전남대에 지급한 용역비를 돌려받기 위해 2015년 제소한 뒤 2017년 1심, 올 3월 2심을 거쳐 이번 대법원 판결까지 6년을 끌어온 소송이었다. 고리원전으로 인해 어민들이 수십 년 동안 입은 피해를 한수원이 보상하는 문제와 관련해 핵심 쟁점이 됐던 부분이 마침내 해소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법원이 어민들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그런데 한수원은 이번 패소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 무슨 용심인가 싶다.

한수원, ‘용역 결과로 보상’ 합의 깨
공기업으로서 어민들과 약속 지켜야

원전에서 발생하는 온배수가 바다의 생태계를 변화시켜 미역이나 성게 같은 해산물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은 각종 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다. 부산 기장군 일대에는 1978년 고리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여러 원전이 순차적으로 건설됐는데, 피해를 호소하는 어민들과 한수원 간 보상을 둘러싼 다툼은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고 논란만 증폭시켜 왔다. 한수원이 2009년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에 맡긴 용역은 숱한 우여곡절 끝에 도출된 합의의 결과였다. 당시 한수원은 용역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6개월 안에 보상하겠다고 어민들과 합의했다. 하지만 보고서가 나오자 한수원은 용역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2012년 전남대 용역팀은 원전 온배수 확산 범위가 7.8km, 그로 인한 어업 피해 범위는 17.5km까지 이른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전남대가 제시한 수치들에 정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어민들은 반발했고 합의한 절차대로 보상할 것을 요구했지만, 한수원은 전남대 용역 결과에 따른 보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못됐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한수원의 주장은 옹색해 보인다. 이는 한수원이 보상을 회피할 목적으로 보상과는 직접 관계없는 소송을 통해 시간 끌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전남대의 용역 결과가 잘못된 게 아니란 걸 법이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한수원의 주장은 그에 따라 근거를 잃게 됐다. 한수원과 어민들이 전남대에 용역을 맡기기로 합의한 것은 결과에 대해 서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전제로 했을 테다. 그런데 이제 대법원 판결이 난 마당에도 한수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어민들과의 약속을 깨는 것은 공기업으로서 마땅하지 않은 모습이다. 자기에게 유리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만 수긍하겠다는 건가. 한수원이 처음부터 피해를 보상할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아니라면 이제라도 어민들과 보상 협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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