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출항 함정, 항원검사 키트 구비 지침’ 합참·해군이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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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원 급거 귀국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청해부대 대원들이 20일 오후 5시 30분께 입국해 곧바로 병상으로 옮겨져 PCR 검사를 받았다. 국방부가 지난해 말 장기출항함정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구비하도록 지시했지만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이 이를 뭉갠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20일 국방부에 따르면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 승조원 301명은 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에 나눠 탑승해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으로 복귀했다. 1호기에는 아프리카 현지 병원에 입원했던 16명을 비롯해 확진자 160명이 탑승했고, 2호기에는 경증 및 무증상 확진자 87명과 판정 불가 통보를 받은 이들을 포함한 미확진자 54명 등 나머지 141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전날 문무대왕함이 정박하던 아프리카 해역 인접 국가 공항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12월 국방부 지시에도
‘항체검사키트’만 보급 드러나
301명 곧바로 유전자증폭 검사
증상 따라 병원·치료센터 이송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국군의무사령부, 해군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 입국 장병들을 민간 및 국방어학원 생활치료센터, 국군대전병원, 국군수도병원 등으로 옮겨 분산 격리했다. 이들은 입국 후 다시 실시한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중증도에 따라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돼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음성 판정을 받으면 임시생활시설로 옮겨진다.

한편 국방부가 장기출항 함정인 문무대왕함에 항원검사키트를 구비하라고 지시했지만, 합동참모본부와 해군본부가 이를 무시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장기출항함정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구비하도록 합동참모본부와 해군본부에 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돼 2월 8일 출항한 34진 문무대왕함에는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구비돼야 했다. 그러나 문무대왕함에는 신속항원검사 키트 대신 신속항체검사 키트 800개가 보급됐다. 앞서 국방부가 내린 지시를 합참과 해군이 뭉갠 것이다.

문무대왕함에 보급된 신속항체검사 키트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 감염 후 2주 정도 지나야 생기는 항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키트이기 때문에 감염 여부 판단에는 무용지물인 것이다. 감염 판별의 잣대인 코로나19 바이러스 존재 여부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로 알 수 있다. 심지어 지난 2일 한 장병이 호흡기 증상을 보였지만 부대는 이를 합참에 보고하지 않은 채 감기약만 투여했다.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아프리카 아덴만 인근 기항지에 접안해 군수물자를 적재했다. 이후 감기 환자가 속출하자 지난 10일 장병 40여 명에 대해 신속항체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 모두 음성이 나왔다. 지난 13일 청해부대는 인접 국가의 협조를 받아 증상이 있는 6명에게 PCR 검사를 실시했고, 15일 이들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침대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보급해 현지에서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확인했다면 함정 내 격리 등을 통해 무더기 확진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인다.

문무대왕함에 탑승했던 장병 301명 중 확진된 이들은 247명으로 전체 승조원의 82%에 달한다. 문무대왕함 함장과 부함장도 확진됐으며 장교 30여 명 중 19명도 감염됐다고 알려졌다. 나머지 50명은 음성, 4명은 판정 불가 통보를 받았다. 청해부대 내 군의관을 통해 현지에서 장병들의 중증도를 분류한 결과, 중등도 이상은 12명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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