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개정 지방자치법 ‘반쪽’… 의회에 ‘예산 편성·조직 구성’ 권한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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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독립 실현과 전문성을 개선하기 위한 개정 지방자치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의회에 예산 편성권이 없어 인사 독립권을 실현하기 어렵거나, 입법 지원 인력도 충분하지 않은 등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8년 제정 이후 32년 만인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기초의회 사무직원의 인사권은 기초의회 의장에게 부여된다. 기존에는 행정부인 지방자치단체장이 사무직원을 임명했다. 집행부 감시·견제를 위해 기초의원을 지원해야 할 이들이 집행부 손에 결정됐다는 뜻이다. 대부분 구·군청 소속 공무원인 탓에 순환보직이 잦아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도 떨어졌다.

의장이 사무직원 인사토록 개정
예산·조직권 없어 실효성 의문
외부 전문인력 규모도 불충분
“별도 법 제정해 독립성 보장을”

하지만 개정안에 따른 기초의회 인사권 독립은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외부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길은 열어주면서, 정작 예산 편성권이 없어 인사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직원 정원 수 등을 정할 수 있는 조직권 또한 지방의회에 권한을 주지 않고 인건비를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여전히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문창무 부산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장은 “예산 편성과 조직구성에 대한 권한이 없는 인사권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별도 지방의회법을 제정해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을 포함해 지방의회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시의회는 지난 3월 이러한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지방의회법’의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기초의회가 채용하는 정책이나 입법 관련 외부 전문인력의 규모도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높다. 기초의원 2명당 한 명꼴로 유급 보좌관을 가지는 셈이라, 확대된 지자체 권한을 감시·견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다. 박기관 한국지방자치학회장(상지대 행정학과 교수)은 “재적의원 2분의 1 범위 내에서만 인력을 충원할 수 있게 한 건 기초의원 개개인 의정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정책지원 전문인력 정원과 운영은 지방의회가 조례를 통해 스스로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정 지방자치법이 ‘반쪽짜리’로 그치지 않으려면 후속법 제·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지방분권협의회 박재율 공동의장은 “이번 개정안만으로는 기초의회 독립과 전문성 강화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은 어렵다”면서 “지방의회에 조직구성과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지방의회법을 제정하고, 기초의회에 더 많은 권한을 명시한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 등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랑·이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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