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주자와 ‘소원’ 토박이 주자는 ‘소외’… 독특한 PK 대선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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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울산·경남(PK)에서 역대 대통령선거와 전혀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PK 현역 국회의원들이 여야 1위 주자를 멀리하고, 각종 부울경 지지모임에서 주인공인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토박이 주자’가 오히려 PK서 외면받고 있다. 이른바 부울경 대선의 ‘3대 미스터리’이다.

여야 1위 이재명·윤석열 향한
공개 지지 PK 현역 아무도 없어
“대세론 붕괴” “무연고” 등 해석
유력 주자 지지모임 잇따르지만
정작 본인은 현장에 참석 안 해
‘부울경 출신’ 김두관·김태호
지지도 약해 힘이 부치는 모습

통상적으로 대통령과 당대표 등 굵직한 선거에선 1위 주자에게 경쟁적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길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지지세가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 때문이다. 현역 국회의원들 입장에선 자신의 정치생명을 보장받기 위해 유력 인사에게 ‘적금’을 넣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 40명의 PK 현역 의원들 중 1위 주자인 이재명(범진보) 경기지사와 윤석열(범보수) 전 검찰총장을 공개 지지하는 정치인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다. 제3주자인 이낙연(최인호) 전 대표와 정세균(박재호 전재수) 전 총리, 최재형(박대출 조해진 최형두) 전 감사원장, 원희룡(이채익 박성민 황보승희 정동만 강민국) 제주지사에게 PK 현역이 몰려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장제원 의원 등 일부 PK 정치인이 윤 전 총장에게 호의적이지만 정진석·권성동 의원처럼 공개적으로 활동하지는 않는다. 민주당 일부 PK 의원도 “누구든 경선에서 이긴 사람을 적극 돕겠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이 지사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윤석열·이재명 대세론’의 붕괴가 거론된다. 윤 전 총장은 ‘마지노선’으로 불렸던 10%대 지지로 내려앉았고,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MBC·코리아리서치가 17~18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윤 전 총장은 10%대(19.7%) 지지로 떨어진 것은 물론 양자대결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에게 모두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범진보 후보 적합도’에선 이 전 대표(19.4%)는 이 지사(30.1%)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이재명 두 주자는 부울경과 별로 연고가 없다. 두 사람이 PK 지역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유력 주자 지지모임에 당사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도 특이하다. 윤 전 총장 지지모임인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부산본부’가 20일 온라인 창립대회를 개최했지만, 윤 전 총장은 코로나19 사태 악화를 이유로 영상메시지만 보냈다. 정작 윤 전 총장 본인은 대구를 방문했다. 이 지사도 ‘부산민주평화광장’ ‘기본소득국민운동 부산본부’ ‘대동세상연구회 부산본부’ ‘부산정책포럼 여명’ ‘부산희망사다리포럼’ 등 자신의 PK 지지모임 출범식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유력 주자들이 자신의 지지모임 출범식에 의도적으로 참석했다.

대표적인 ‘토박이 주자’인 김두관(민주당) 김태호(국민의힘) 의원이 PK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도 예상 밖이다. 두 사람은 부울경 지지도도 낮고 세력도 약하다.

하지만 역대 대선에선 PK 주자들이 부울경 지지에 힘입어 대권을 잡았다. 사상 첫 ‘PK 정권’의 주역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14대 대선 때 전체 득표의 31%를 부울경에서 얻었다. 진보 정권인 노무현(10%) 전 대통령과 문재인(14%) 대통령도 PK의 전반적인 보수 정서에도 10% 이상 부울경에서 득표했다. 이 때문에 김태호·김두관 두 주자의 ‘PK 대표성’이 부각될 경우 막판에 부울경 표심이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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