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연꽃, 다른 향기… 제철 맞은 경남 연꽃단지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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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연꽃 테마파크-700년 만에 꽃 피운 아라홍련
진주 강주연못-고목 둘러싼 연못서 피는 꽃
밀양연꽃단지-가산마을 뒤덮은 푸른 연잎
고성 상리연꽃공원-모내리 끝낸 논 사이에 조성

연꽃은 품위 있는 꽃이다. 매란국죽 사군자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중국 송나라 때 대학자 주무숙은 ‘진흙 속에서 나지만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어도 요염하지 않다.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다. 깨끗이 서 있는 품이 꽃 가운데 군자라 한다’라며 연꽃을 극찬했다.

제철을 맞아 연꽃이 만개했다. 경남 곳곳의 연꽃단지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연꽃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저마다 독특한 단지 구성과 주변 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에 같은 연꽃이지만 다른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진주 강주연못. 진주 강주연못.

■함안 연꽃테마파크

진분홍색 연꽃이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하늘을 향해 머리를 내밀고 있다.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마치 볼이 빨개진 어린아이 모습이다.

경남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에 11만㎡ 면적으로 조성한 함안연꽃테마파크.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연잎과 분홍색 연꽃은 마치 함께 댄스를 즐기는 아름다운 연인 같기도 하다.

함안연꽃테마파크의 연꽃은 홍련과 백련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물양귀비, 물아카시아, 물수세미, 무늬창포 등 다양한 수생식물도 함께 자란다.


함안연꽃테마파크. 함안연꽃테마파크.

홍련은 아라홍련과 법수홍련이다. 아라홍련은 2009년 함안 성산산성에서 발굴한 고려시대 연꽃 씨앗이 700년 만에 꽃을 피운 것이다. 꽃잎 아랫부분은 하얀색, 가운데 부분은 선홍색, 끝은 홍색이다. 다른 연꽃에 비해 길이가 길고 색깔이 엷어 고려시대 불교 탱화에서 볼 수 있는 연꽃의 형태와 색깔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수홍련은 법수면 옥수늪에서 자생하는 토종 연꽃이다. 키는 꽤 작지만 은은한 연분홍색 꽃잎과 강한 향기가 특징이다.


함안연꽃테마파크. 함안연꽃테마파크.

■진주 강주연못

선선한 바람이 500~600년 묵은 고목의 나뭇가지와 장난을 치고 있다. 나뭇잎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온몸을 비틀며 깔깔거린다. 연못에서 이들의 장난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연잎과 연꽃은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다.

진주시 정촌면 강주연못은 사천IC에서 불과 2~3분 거리에 있는 연꽃단지다. 지역 사진가들 사이에서는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 찍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진 연못이다. 진주에서 가까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로 나들이하러 자주 오는 곳이다.


진주 강주연못. 진주 강주연못.

면적이 3만 3000㎡인 강주연못의 특징은 연못 주변을 둘러싼 키 큰 나무와 숲이다. 500년 이상 된 고목이 짙은 그늘을 드리워주기 때문에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편안하고 시원하게 쉬기 좋은 곳이다. 나무와 푸른 하늘, 분홍색 연꽃이 동시에 담기는 사진을 한 장 찍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강주연못을 둘러본 뒤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진양호와 17분 거리인 사천대교 인근 비토섬 등을 구경할 수도 있다.


진주 강주연못. 진주 강주연못.

■밀양연꽃단지

밀양 부북면 가산마을에도 연꽃단지가 있다. 옛 밀양연극촌과 시골마을인 가산마을을 끼고 있는 곳이어서 더 예쁜 연꽃밭이다. 이곳에는 수련, 꽃홍련, 백련, 식용홍련 등 4종류가 자라고 있다. 총 면적은 7만 4000㎡에 이른다.

자동차는 가산마을 가산리회관 앞에 세우면 된다. 연꽃단지 입구에는 효자각이 서 있다. 모친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내고 변을 맛보면서 병세를 살핀 조선시대 효자 심세광을 기리며 세운 누각이다.

사방 천지는 크고 푸른 연잎으로 뒤덮여 있다. 작은 우산만 한 연잎을 하나 뚝 꺾어 양산 대신 쓰고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이로 수많은 연꽃이 꽃봉오리를 벌리고 있다.

이곳은 5월에 만개하는 이팝나무와 완재정으로 유명한 위양못에서 불과 7분 거리여서 같이 한 번 둘러볼 만하다. 여름에는 주변의 시원한 산책로가 위양못의 자랑이다. 가산저수지, 밀양치즈스토리, 퇴로 고가, 승마장 등도 지척이다.


밀양연꽃단지. 밀양연꽃단지.

■고성 상리연꽃공원

경남 고성군 상리면 척번정리에는 상리연꽃공원이 있다. 공원은 모내기를 끝낸 논 사이에 조성돼 있어 이색적이고 시원한 전망을 자랑한다. 주변에는 적당히 높은 산들이 연꽃단지를 계곡처럼 에워싸고 있다.

상리연꽃공원에는 1만 9575㎡ 면적의 연못에 수련, 홍련, 백련, 노랑어리 등 다양한 연꽃이 심어져 있다. 초록빛 잎 사이로 연분홍 꽃망울을 터뜨린 수련들이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더하고 있다. 작은 정자와 돌 징검다리도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서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한 상족암 군립공원과 남일대 해수욕장, 삼천포대교가 20분 거리여서 손쉽게 둘러볼 수 있다.


상리연꽃단지. 상리연꽃단지.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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