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포 해상풍력, 부산의 ‘탄소중립·에너지 자립’ 주춧돌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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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윈드스카이

전 세계 국가들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선도국가들은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는 대규모 집중형 전원과 달리 소규모로 전력수요지역 인근에 소규모 발전설비를 설치해 수요자에게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 형태다.

주요 국가들이 이처럼 대형 석탄화력, 원자력 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형을 벗어나 에너지 분권을 고려한 저탄소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서 추진되는 청사포 해상풍력이 주목받고 있다.

청사포 해상풍력은 수요지 주변 지역의 풍력을 통해 저탄소 분산형의 청정 에너지를 생산, 공급한다는 점에서 부산의 탄소중립과 에너지자립의 초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산 소재 해상풍력 전문업체 ‘지윈드스카이’(공동대표 이용우 최우진)가 추진하고 있는 청사포 해상풍력은 설비용량 40MW 규모로, 준공 이후 가동이 시작되면 연간 약 10만 MWh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해운대구 주민 약 3만 5000여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탄소감축 효과도 뛰어나 부산 동백섬의 300배, 서울 여의도의 15배 크기의 부지에 30년 이상 된 소나무를 빼곡히 심은 것과 동일하다.

청사포 해상풍력발전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창재)는 “청사포 해상풍력 사업은 분산형 에너지 구축의 핵심에 해당되는 중소규모의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부산시가 에너지 자립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포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 용량 40MW 규모 건설
연간 10만 MWh 청정 에너지 생산
3만 5000여 세대 사용 전력량
저탄소 분산형 미래에너지 핵심
'해상풍력’ 지역 경제에도 도움


■향후 수년이 전력 자립 ‘골든타임’

부산시는 2018년 ‘2030 시민참여형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확정하며, 부산을 원전 중심의 전력 ‘공급’ 도시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전력 ‘자립’ 도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향후 수년이 골든타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해 ‘시민과 함께 실현해가는 클린에너지 도시 부산’을 비전으로 선포하고, 신재생에너지 전력자립률을 2025년까지 8.5%, 2040년에는 4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부산시는 이와 함께 지난달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정부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에 참여해 국내 243개 지방정부와 함께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올해부터는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에 특화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발굴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강화해갈 예정이다.

하지만, 2018년 기준 부산은 전체 전력소비량의 70%를 원전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2019년 기준 2.49%로 전국 평균인 11.91%를 한참 밑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전력 설비를 확충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탈원전 기조와 함께 전력부족도시로 전환될 위험성이 있다. 부산은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력자립률 50%를 달성하겠다고 야심차게 발표했으나 실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열쇠는 ‘분산형 에너지’

부산시가 ‘클린에너지 도시 원년’을 선포했던 지난 2017년, 부산발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의 정책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에너지 수급 관리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분산형 전원) 구축을 통한 에너지 분권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2050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통해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산업부는 올 3월 ‘지역 주도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여 2050 탄소중립 목표치 달성을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분산형 에너지는 수요지 주변 지역에 건설되어 송·배전 운영비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송전 손실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역의 에너지 수요를 자체 전력으로 충당하는 시스템으로 전체 전력 수요 급증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대부분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원을 이용해 발전 분야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한몫 한다.



■분산형 에너지는 세계적 추세

에너지 전환 선도 국가 중 하나인 독일은 2019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30%가량을 분산형 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다. 독일은 2010년 말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라고 불리는 에너지 전환 계획을 채택하고 화석연료와 원자력 기반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체계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대체하는 데 합의했다.

독일은 탈석탄법을 마련해 2038년까지 석탄 발전을 완전히 중단할 예정이며, 내년 말까지는 탈원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독일의 전력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46.2%로, 목표치였던 35%를 훌쩍 넘어섰다. 또한 2000년대 도입한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 FIT)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속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독일 내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의 개수는 831개, 조합원의 수는 16만 명에 이른다.

일본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에너지 시스템의 대전환을 도모하고 있는 국가다. 일본은 현재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와 전원을 다각화하고 있는데, 이는 중앙집중형 대규모 전원에 의존하는 기존의 경직된 전력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일본의 전력소매시장은 2016년 전면 자유화되었고, 2020년에는 일반전기사업자 송배전 부문의 법적분리가 이루어졌다. 이후 일반전기사업자가 지역독점해온 저압 부문(50kW 미만) 시장에 참가하는 신전력사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

청사포 해상풍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실현과 부산시 클린에너지전환의 마중물 역할뿐 아니라, 국내 대표적 관광단지인 해운대의 또 다른 관광 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위 관계자는 “국내외 사례와 관련 연구들에 비춰 볼 때 청사포 해상풍력의 관광자원화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관광객 증가와 이로 인한 지역 상권 활성화는 물론 나아가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등 전반적으로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역 관광 자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국내 해상풍력의 선도모델은 우리나라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 제주 탐라 해상풍력발전이다. 탐라 해상풍력은 설비 용량 30MW 규모로, 2017년 제주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해안선에서 800m 떨어진 해안에 건설되었다. 건설 전에는 생활 소음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일부 주민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파도 소리나 바람 소리 등에 묻혀 발전기 가동으로 인한 소음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준공 이후의 주된 의견이다.

탐라 해상풍력은 해상풍력 발전기들이 에메랄드빛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풍경으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사진 촬영 명소이기도 하다. 가동 이후 두모리와 금등리 일대의 관광객이 늘면서 요식업을 포함한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서도 우려했지만 관광에 도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사례 중 하나는 덴마크의 미델그룬덴 풍력단지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앞 3km 해상에 설치된 미델그룬덴 풍력단지는 풍력발전기 20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발전 용량은 40MW이다. 이 풍력단지는 85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한 협동조합이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이익공유 모델로 유명하다. 미델그룬덴 풍력단지가 모범적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로 알려지면서 매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200만 명에 달한다. 관광객들은 보트를 타고 해상풍력단지 내부로 들어가 발전단지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고, 단지 건설에 얽힌 이야기와 현황 등에 관해 설명을 듣는다.

2018년 가동을 시작한 영국의 램피온 해상풍력단지도 영국 남부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인 브라이턴에 건설되었다. 140m 높이의 풍력터빈 116기가 설치되어 400MW 규모의 발전 용량을 자랑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다. 램피온 해상풍력이 위치한 브라이턴이 영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업이 성행하던 도시인만큼,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1박 이상 체류 여행객이 2017년의 60만 4000명에서 2018년 61만 5000명으로, 이어서 2019년에는 64만 7000명으로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걱정을 불식시켰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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