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보도에 5배 징벌적 손배… ‘언론 통제’ 밀어붙이는 여당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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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회국회 임시회 제2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정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389회국회 임시회 제2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정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이자 야권이 “반헌법적 언론통제법”이라며 크게 반발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언론중재법 문체위 소위 강행 처리

“해외서도 유례없는 반민주 악법

대선 앞두고 언론 길들이기 의도”

야·언론단체·시민사회 강력 반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인 언론중재법이 가결됐다”며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육참골단의 각오로 야당의 입법 바리케이드를 넘어 수술실 CCTV, 미디어바우처법, 신문법, 검찰·사법개혁 입법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다수의 인터넷 언론사나 신규 언론사를 설립하고, 선택은 국민이 한다는 취지로 언론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책을 폈다”면서 “노무현 정신 계승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비판 보도가)불편하다고 정신을 저버리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법안심사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언론중재법 개정안 16건을 병합한 위원회 대안을 여당의 반발 속에 강행 처리했다. 개정안은 소위 위원 7명 중 여당인 민주당 의원 3명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등 4명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개정안은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배상액 하한선은 해당 언론사 매출의 1만 분의 1, 상한선은 1천 분의 1 수준으로 명시했다. 배상액 산정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1억 원까지 배상액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은 또 정정보도 시 기존 보도와 동일 시간·분량 및 크기로 싣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초에는 신문 1면·방송 첫 화면·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노출하도록 강제하도록 검토했으나 심의 과정에서 수정됐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문체위원들은 법안 처리 직후 낸 성명에서 “반헌법적, 반민주적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언론통제법’이자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법”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신설된 ‘고의·중과실의 추정 조항’과 관련해 “정의 자체가 모호하고 범위도 광범위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며 “기자와 언론사의 자기검열 유도 등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5단체도 28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전 세계 어디에도 입법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반민주적 악법”이라고 규정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개정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개정안은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법률로써 제약하려 할 때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고, 고의 또는 중과실의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언론사에 두고 있어 현행 민법 체계와 충돌한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라고 간주했다. 앞서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을 비롯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로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국민의힘은 추후 안건조정위 소집 등을 통해 법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나, 민주당은 이달 내 처리를 목표로 밀어붙일 태세여서 대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속도전은 여야간 상임위원장 재배분 협상 타결에 따라 문체위원장이 다음 달 25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으로 넘어가는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야당에 하반기 법사위원장을 넘겨준 것과 관련해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당 지도부가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시선 돌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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