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감염병 시대 폭염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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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17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연일 35도 내외를 오르내린다. 열대야 현상도 일주일 넘게 계속된다. 푹푹 찌는 쪽방촌, 한 평 남짓한 방에서 한 노인이 선풍기에 의지한 채 무더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부산일보> 르포 기사를 읽었다. 펄펄 끓는 도로 위에서 숨 돌릴 곳 없이 일하는 배달노동자 사연도 함께 실렸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홀몸노인이나 비대면 배달노동자의 삶은 더 팍팍해졌지만, 역설적이게도 ‘무더위 쉼터’는 오늘도 문이 꽁꽁 닫힌 상태라고 한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년 넘게 지속하는 코로나19도 그렇거니와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폭염 피해는 날로 강도를 더해 간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게 당연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폭염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인식이 몇 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실내외 무더위 쉼터와 폭염을 피할 그늘막 설치를 대폭 늘리는가 하면 쿨링포그, 쿨루프, 양산 쓰기 캠페인 등 다방면으로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선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부산시의 ‘2021년 폭염 종합대책’도 마찬가지다. 자료에 나온 대로 ‘국민재난안전포털’과 ‘부산생활지도’에 접속했다. 우리 동네 무더위 쉼터를 쳤더니 주민센터, 공원, 경로당, 복지관 등 열 군데가 나왔다. 위도와 경도 표시(부산생활지도)가 얼마나 유용할지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있고, 이용 가능 인원(국민재난포털)도 나와 있다. 한데, 정작 필요한 정보는 부족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개방되는지,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는 어떤지, 하다못해 연락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했다. 좀 더 세심하면 좋았겠다 싶었다.

정부나 지자체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중심으로 하는 감염병 대응과 무더위 쉼터를 중심으로 한 폭염 대응 방안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얼마 전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어르신을 위한 야간(호텔) 무더위 쉼터’ 사진을 보면서 기발하다 싶었다. 코로나로 경영 애로를 겪는 관내 비즈니스호텔과의 협업이란 점도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와 폭염이라는 복합재난 상황에서 뾰족한 답이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뭉툭한 답이라도 찾아 나서야 한다. 불평등한 여름을 이겨 내는 데 국가와 지자체 역할만큼 중요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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