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흥행’ 스가 집권 연장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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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9일 나가사키 평화 공원에서 열린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 76주년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폐막한 2020 도쿄올림픽에 대해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지지율은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민심 반등의 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올림픽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스가 내각의 집권 연장은 불투명해진 상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전화 설문
64%가 “올림픽 개최 잘했다”
내각 지지율은 35%로 ‘바닥권’
‘올림픽 후 반등’ 기대감 무위로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7일부터 3일간 전국 유권자 1065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실시한 결과, 올림픽 개최에 대해 ‘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28%였다. 응답자 과반이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비교적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이 금메달 27개를 목에 걸며 역대 최고 성적을 보이면서 흥행한 점도 적잖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10일 스가 총리에 전화를 걸어 도쿄올림픽을 ‘멋진 성공’으로 평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약 15분간의 전화 회담을 통해 “멋진 성공을 거뒀다. 일본 정부와 국민에 축하의 뜻을 표명하고 싶다”고 전했다. 앞서 올림픽 개최 전인 지난달 같은 조사에서는 올림픽 취소를 주장하는 의견이 41%에 달하는 등 올림픽 개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번 조사에서 스가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5%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2%포인트(P) 떨어졌다. 35%의 지지율은 지난해 9월 내각 출범 당시(74%)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떨어진 수치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4%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가 내각이 이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점점 악화되는 일본의 코로나19 상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도쿄올림픽 기간인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8일까지 일본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3.4배로 급증했다.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의 확산이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실제 이번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스가 내각의 코로나19 대응에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가 전체의 63%에 달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31%)를 크게 웃돌았다.

올림픽 성공 등 대외적인 호재에도 등 돌린 민심이 돌아서지 않으면서, 스가 내각의 집권 재연장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스가 총리의 현 자민당 총재 임기는 다음 달 30일까지다. 지난해 9월 지병을 이유로 자민당 총재 임기를 1년 남겨 두고 물러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게 된다. 일본에서는 9월 이전 자민당 총재 선거, 10월 이전에 다수당을 결정하는 중의원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의 이번 조사에서 다음 달 자민당 총재가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6%에 달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 때보다 7%P 높아진 수치로 내각 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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