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이젠 행동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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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년 전 우리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저는 어른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두려워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지구)이 지금 불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호소는 지금도 유효하다. 기후변화 위기는 어쩌면 우리 턱밑까지 와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골든 타임’을 놓쳐 버렸을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오리건주립대 생태학 교수 윌리엄 리플은 “지구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에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전환적 순간)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거나 이미 넘어섰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전(全) 지구적 차원의 대응을 최근 촉구했다.

또한 리플을 포함한 150여 개국 과학자 1만 3800여 명은 지난 7월 기후변화 위기를 경고하며 구체적으로 행동에 나서자고 했다. 이들은 2년 전에도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공동으로 선언한 바 있다. 지금 상황은 2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 탄소 배출량만 해도 그렇다. 7월 전 세계 탄소 배출량(3억 4300만 톤)은 기존 최대치인 2014년 7월보다 20%가량 많다. 지금도 남유럽, 캐나다, 미국 서부에서는 폭염과 가뭄으로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 엄청난 규모의 삼림을 태우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7년마다 발간하는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엊그제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2040년 이전에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고 폭염과 폭우와 같은 극한 현상이 빈발할 것’이라 했다. 이에 세계기상기구(WMO) 페테리 탈라스 사무총장은 “과학이 말했다. 이제는 행동할 때다”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 지도자와 명사들도 즉각 행동에 나서자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 특사는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과 다른 길을 고르지 않으면 폭염, 산불, 폭우, 홍수 등 기후 위기 충격은 계속될 것”이라며 “세계에 지금 필요한 것은 진짜 행동”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 툰베리의 목소리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던 미국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래서 우선 반갑다.

하지만 정작 툰베리는 “새로운 IPCC 보고서 내용은 놀랄 것 없다. 결정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말한다. 2년 전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는 “이젠 행동할 때다”라고. 기후변화 위기는 이제 특정 국가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의 문제다. “전 세계여, 이젠 행동할 때다.” 여기엔 예외가 없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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