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혜의 젠더렌즈] 페미니즘은 차별금지법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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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새길공동체 이사장

올 5월 한국여성학회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최초의 기본법인 차별금지법이 아직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페미니스트 연구-활동가 선언’에서 다음과 같이 입을 모아 외쳤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나중이 아니라 바로 지금 제정되어야 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미완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공동체의 염원이자 혐오 정치를 끝내는 유일한 공동체적 해법입니다. 페미니즘은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함께 전진합니다!”

약자에 대한 편견·혐오 만연한 사회
페미니즘은 평등한 삶의 가치 지향
협력과 공존 위한 개혁에 매진해야

차별금지법은 2007년 제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되었지만 10년이 넘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다가 지난 6월 국민동의청원의 성립 요건을 충족하여 다시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성별·장애·병역·나이·출신 지역·신체 조건·사상·학력·고용 형태 등을 이유로 누군가를 분리·구별·제한·배제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합리한 차별을 제도적으로 없애고 예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에 의하면 차별은 ‘적대적·위협적·모욕적 환경을 조성하거나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을 야기하는 등의 행위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또한 ‘차별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고 해당 차별 행위가 악의적인 차별로 인정되면 손해액의 3~5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액을 물릴 수 있다’는 부분도 있어서 궁극적으로 가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만연되어 있는 상태이다. 올림픽 3관왕 양궁 국가대표인 안산 선수의 외모와 SNS에 대한 어이없는 사이버 공격은 여성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혐오가 분명하다.

또한 자신의 일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고 변희수 하사가 강제 전역을 당하고 안타깝게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성 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무관하지 않다.

외국인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은연중 한국 동화주의를 부추기고, 동남아 등 저개발국 출신을 무시하는 인종차별적인 행태를 여과 없이 보여 주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장애인학교를 설립한다고 반대하는 주민에게 무릎을 꿇은 부모들을 향해 집값 떨어진다고 소리 지르는 장애인 혐오는 여전하다.

그리고 20~30대 남성의 성향을 고려한답시고 정치권 여기저기서 국가 행정기관 중 가장 힘이 없고 작은 여성가족부 폐기를 노래하는 것은 두려움과 혐오를 단순하게 해결하려는 퇴보적인 방법에 불과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차별과 혐오를 법으로 완벽하게 막을 순 없지만 이 법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 행동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97년 가정폭력특별법이나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된 이유와도 유사하다. 이 법률을 통해 사람들은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이 범죄임을 인식하게 되었고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실정에 맞게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방안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일부 남성들의 오해와는 달리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에서 누구라도 편견이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을 주된 가치로 삼는다. 다만 페미니즘은 현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미래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페미니즘이 차별금지법을 지향하는 이유는 다음 선언문에 잘 나타나 있다.

“페미니스트 연구·활동가들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선언은 바로 우리의 존재가 함께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나의 생존은 우리가 서로에게 응답할 때 가능하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배제와 차별은 인간이 상호 도움을 주는 존재이며 공동체적 평등을 지향하는 존재라는 점을 탈각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후퇴시킵니다. 우리는 포괄적 차별금지를 통한 확장적 민주주의만이 현재의 혐오 정치와 갈등을 줄여 나갈 수 있는 길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페미니즘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없이 전진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서로 협력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사회 개혁을 논의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협력과 공존의 차별금지법의 그 무엇이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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